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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19. 2017

[베트남/호이안]D6_호이안의 밤

낮보다 아름다운 호이안의 야경

"구시가지 가서 야경 보면서 저녁 먹을래?"

"좋아, 아는 식당 있어?"

"나도 처음이야, 하지만 추천해 줄 메뉴는 있어."

"뭔데?"

"반쎄오 라고 베트남식 부침개? 빈대떡? 뭐 이런 건데 새우랑 채소 들어있고 이걸 또 채소랑 곁들여서 같이 먹는 거야."

"좋아, 가보자!"

"근데 나도 위치는 몰라 ㅋㅋ 메뉴판 보고 같이 고르자~"


같이 구시가지로 가는 길에 또 찡찡거린다.


"아 여기도 완전 중국 같아, 나는 베트남스러운 걸 보고 싶어."

"너네 땅덩어리가 크니깐 어딜 가도 비슷하구나. 그래도 여긴 낮보다 밤이 예쁘데, 가서 즐겨보자~"

딱히 맛집인지는 모르겠고, 위치가 좋았던 식당

좁은 골목을 지나 호이안의 강변 구시가지가 나왔다.

형형색색의 등에 불이 들어와 낮과는 다른 분위기다.


"오 엄청 예쁘다!"

"그렇지? 그럼 이제 강변의 식당을 찾아서 야경과 함께 저녁을 먹어볼까?"

"굿!"


강변에 위치한 식당 중 1층 테라스에 자리가 있는 곳을 선택했다.


"나는 아까 말한 반쎄오 라는 거 먹을 건데 누나는?"

"글쌔... 뭐가 맛있어?"

"아, 아까 나 낮에 먹은 까우 라우 라고 이 동네 쌀국수 맛있었어."

"나 이제 쌀국수 안 먹을래."

"그래 그럼 밥이나 볶음밥 먹을래?"

"아니"

"그럼 파스타나 피자?"

"아니"

"그럼 뭐 먹을 건데?"

"아 모르겠어, 볶은 쌀국수 먹을래. 국물 없는 거"

"나 앞으로 누나 찡찡이라고 부를래"

"찡찡? 그게 무슨 뜻인데?"

"아 완전 귀엽다는 뜻이야 젊은애들이 쓰는 말~"

"나 안 귀여운데?"

"아냐 그냥 해 ㅋㅋㅋ"

"나~ 아니야~ 찡찡(한국말로)"

주문한 볶은 쌀국수와 반쎄오 나왔다.

라이스페이퍼가 같이 나왔는데 물에 적셔서 촉촉하게 먹는 것을 보더니 흥미로워한다.


"중국엔 이런 거 없어?"

"응 처음 봐, 신기하네!"


오랜만에(?) 둘이서 저녁을 먹고 과일주스 두 잔을 시켜놓고 흘러가는 강물과 그 강물에 번들어지는 불빛들을 한동안 조용히 바라봤다.


"나 추워, 걸을래?"

"그래, 좀 걷자 난 상관없어."


그녀의 제안에 계산을 하고 나와서 걸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빌려서 탈까?"

"난 상관없어 좋아"

"넌 무얼 물어봐도 다 상관이 없니!"

"이번 여행 자체가 난 노컨셉이라 상관없어,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아 피곤해, 나들어가서 잘래."

"그래, 오늘 이동만 하느라 고생했어 들어가자."


저녁을 먹은 직후부터 유독 말 수가 줄어들고 피곤한 기색이 가득하여 그녀의 제안을 난 바로 수락했다.

호텔 로비까지 바래다주고 내가 예약한 호스텔로 돌아오려는데 그녀가 물었다.


"바로 들어갈거야?"

"아마도?"

"호이안 야경 아름답던데 더 보고 들어가."

"아냐 나도 사실 추워, 괜찮아."

"내 겉옷 빌려줄게 입고 내일 줘~"

"진짜 괜찮아 나도 피곤해 들어가서 쉴래."

호스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오늘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녀가 오늘 너무 피곤해하던 게 생각나서 메신저를 보냈다.


"누나 얼른 자고 푹 쉬어."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누나는 럭키걸이니깐 할 수 있어!"

"어제 슬리핑 버스에서 잠을 깊게 못 자서 너무 피곤해."

"힘내 ㅜㅜ"

"그나저나 왜 산책 안 갔어? 야경 예쁘던데."

"오~ 내 걱정해주는 거야?"

"내가?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

"그래? 야경 좀 덜 보면 어때, 난 그저 누나가 깊게 잠을 자고 내일 피로가 풀렸으면 좋겠어."


"真为你感到遗憾, 难得来会安,这里的夜景很出名。没有去好好逛真是太可惜了"

(궁금해서 번역기 돌림 : 내가 너에게 참 미안해, 호이안 야경이 진짜 좋은 데 가지 않는다니 안타깝다)


"야경 1분 보나 1시간 보나 어차피 똑같음 내가 봤을 땐"

"하하 정답"

"중요한 건 누구랑 함께 보느냐? 하하"

"작명 센스가 대단한데?"

"훗, 나 한국 남자야"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녀와의 대화에서 나는 종종 '나 한국 남자야'라는 말을 즐겨 썼고, 그럼 그녀 역시 '나 중국 여자야'라고 대답을 했으나,


내가 말한 의도는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 남자입니다

가 아니고 내가 바로 한국의 남자다, 한국 남자들이 이래

라는 뜻이었는데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중국엔 이런 말 없나? 내가 설명을 잘 못했나?


"누나 우리 내일 또 슬리핑 버스 타야 하니깐 일찍, 그리고 푹 자~"

"나 사실 오늘 오전에 다낭에서 싱가포르에 가는 비행기 티켓을 샀어."

"싱가포르? 언제로?"

"아 너무 급하게 생각 없이 샀나 봐. 베트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흠...."

"아니 무슨 여행의 2/3을 버스에서 보내고 1/3는 호텔에 가서 잠만 잔 것 같아, 며칠의 시간이 더 있다면 잠도 더 충분히 자고 베트남도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아직 1 주일 넘게 남았고 베트남에서 보낸 시간이 1주일도 되지 않아, 지내 온 시간보다 지내야 할 시간이 더 많은 거야. 너무 걱정 마!"


저녁식사를 맞히고 우울해 보이던 모습의 내면에 이런 생각이 있었나 보다.

그냥 뭔가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데,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진 않았다.


"사실 난 회사 그만두고 여행 왔어!"

"동생, 미쳤어?(한국말로)"

"응 나 미쳤어 하하"

"너 지금 나 기분 좋으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거 아니지?"

"응 진짜야,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에겐 일주일 넘게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같이 즐기자! 슬리핑 버스, 햇살, 음식 그리고 흙먼지까지도 하하"

"난 그냥 단지.... 베트남에 더 머무르고 싶어.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슬리핑 버스 말고 진짜 침대에서 잠을 좀 자고 싶어."

"지금 침대 위에 있지?"

"응"

"좋네, 바로 자면 되겠어."

"하하 맞아, 내 눈이 점점 무거워진다. 내일 눈뜨면 메시지 보낼게."

"잘 자"


음, 찡찡이란 별명 참 잘 지은 것 같다.

뭐 성격 차이고 사람 차이일 순 있지만 일단 내가 봤을 때 기본적으로 칭얼대는 경향이 좀 있다.


오늘의 도미토리는 6인실.


9시 반쯤 복귀하여 씻고 10시쯤 침대에 누웠다.

내 자리는 2층.

전기 콘센트가 2층에는 따로 없어서 공용 테이블에 고프로 배터리 팩만 꽂아놨다.

휴대폰이랑 보조배터리는 겁나서 빼놓고 배터리 팩만 충전을 시켰다.

사용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배터리 팩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대용량 하우징이 필요하거니와 사파에서 너무 좋은 게스트들과 지냈었기에 선뜻 충전을 시키고 잠에 들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11시쯤 되었을까? 4명의 일행이 들어왔다. 


“너 취했어? 하하”

“아냐 나 안 취했어, 더마실 수 있어.”


하며 뭐라 뭐라 떠든다.

혹여나 가끔 도미토리에서 볼 수 있다는 못볼꼴을 볼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기려는 찰나에, 한 소녀가 내 배터리 팩을 발견했다.


“우와 나 이거 말로만 들었지 처음 봐, 한번 장착해볼까?”

“에이 하지마~ 2층에 주인이 아직 잠 안 들었으면 어떻게 해?”

“아냐 잘 거야, 한 번만 장착해 보는 건데 뭐~”


뭐 하는 거지 이것들이?


“오예 딱 맞는다! 심지어 작동도 돼!”


어쭈?


“나 이거 훔칠래, 내일 아침에 주인이 찾으면 모른다고 해 너희 모두!”


도저히 안 되겠다.

일부러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서 등을 벽 쪽으로 향하게 한 후 물을 마시며 시계를 봤다.


매우 천천히


내가 시간을 줄 테니 너희는 원상 복귀시켜놔라 라는 암묵적인 메시지였다.

침대 아래쪽에서 매우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분주한 소리가 멈췄고 나는 침대를 내려와 영어로 가볍게 인사를 해주고 잠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방에 들어가니 이 녀석들 표정이 매우 재미있다.

나는 자연스럽게 배터리 팩의 콘센트를 뽑아 내 배낭에 넣었다.


“모두 잘 자 안녕”


잠깐의 해프닝이었지만, 뒤돌아보면 큰 경험이었던 것 같다. 사실 외국에서 싸움 날까 봐 엄청 가슴 졸였다.

좋은 사람들도 분명 많지만,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깐 내 몸과 내 물건은 스스로 잘 보호해야겠다.


이제 겨우 여행의 반을 향해 달려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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