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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20. 2017

[베트남/호이안]D7_Ride a bicycle

자전거 타고 호이안 해변(안방 비치) 다녀오기

3월 13일 일요일


간밤의 해프닝이 끝나고 아침이 밝았다.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직 그녀에게 온 메시지는 없었다.

잘 잤으려나?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그녀를 기다려야겠다.

씻고 나와서 조식을 먹고 있는데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나 체크아웃하고 밖에 나갈 건데 넌 일어났니?”

“당연하지, 난 아침 먹고 있는 중이야, 누나 어디 갈 건데?”

한국 와서 캡쳐를 했더니 2시간의 시차가 있다.

위치를 전송해주고, 식당의 외부와 내부 사진을 나에게 전송하더니


"나 여기에서 아침 먹고 있을게, 그리고 10시 40분에 여길 떠날 거야"


빨리 먹고 바로 나가면 되겠다 했는데,

짐을 정리하고 프런트에 맡기고 출발하려 보니 벌써 10시 39분이었다.


"나 지금 출발해 조금만 기다려"


하고 메시지를 남기고 출발해서 그녀가 있는 식당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나는 그녀를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다른 식당에 있나 하고 근처의 모든 식당을 찾아다녔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젠장"


체념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시가지 쪽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나의 호스텔 쪽에서 그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기다리다가 안 오길래 너 찾으러 너의 호스텔로 갔는데 없더라?"


아뿔싸 길이 엇갈렸구나.


"미안, 걱정하게 해서 미안."

"뭐가 미안해, 다시 만났으면 됐지."


그녀의 쿨함에 나의 미안함도 살짝은 들어갔다.


"오늘은 어제 못 탄 자전거가 타고 싶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


내가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날씨도 좋은데, 좋은 생각이야."

"그래 그럼 우리 바다 보러 갈까?"

"좋아 달려보자"

"근데 동생 오늘도 반팔이야? 모자는?"

"난 태양이 좋아."

"선크림은 발랐고?"

"발랐지~"

"동생 나 안 만났으면 어쩔뻔했냐, 내가 너 모자 안 쓰고 다니길래 하나 더 들고 나왔다."


오 센스~

그런데 모자가.... 음 ㅋㅋㅋㅋㅋ

뭐 내가 누구한테 잘 보일 필요 있나?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준 모자인데 써야지!

그녀가 앞, 내가 바로 뒤에 따라서 달린다.

처음에는 그녀가 나보고 먼저 달리라고 했지만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

뒤 따라가면서 다른 차량들로부터 그녀를 지키고 그녀의 체력에 맞춰 그녀의 속도를 그저 따라가고 싶었다.

구시가지를 지나 약간의 관공서를 지나 멋스러운 호화 리조트를 지나니 제법 시골틱한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도 바다가 나오지 않자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이 길 맞을까?"

"아니면 어때, 그냥 시원하게 달리면 되지."


그렇게 총 한 시간여를 달리니 근처에 바다가 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우리는 해변에 도착을 했다.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하는 베트남 사람들과 햇살을 즐기는 서양인들이 어우러져있다.

자전거를 끌고 해변으로 다가가자 주차비를 내고 자전거를 맡기란다.


"나는 이곳에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속으로) 50원인데...."

"다른 쪽으로 가볼래?"

"그래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또 달렸는데 아까만 한 곳이 없다.

다시 핸들을 돌려 아까 그 자전거 주차장 근처의 해변으로 왔는데 인도에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세우고 들어가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도 여기 세우고 들어가자!"

"좋아 조금 놀다 가자~"

"그런데 나 이거 어떻게 잠그는지 모르겠어…"

"걱정 마, 나 한국 남자야!"


이렇게 또 한국 남자의 매력을 뽐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난리를 피워 셀프 모자이크 처리했음

생각보다 해변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각자의 고프로로 셀카를 찍으며 놀다가 처음으로 같이 사진을 한 장 남겼다.

한참을 놀다가 그녀가 말했다.


"나 배고파."

"그래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아무거나~"

"맨날 아무거나래 idiot"

"바보?"

"그래 바보야!"

"한국에서는 바보가 2가지 의미가 있어. 진짜 바보랑, 친한 사이에 쓰는 약간의 달콤한?"

"중국도 마찬가지인데 넌 진짜 바보야!"

"네가 더 바보다!!"


바보 둘이 해변 바로 앞 식당에 갔는데 메뉴가 별로다 가격만 비싸고.

어디 가나 관광지 바가지는 있나 보다.


"우리 그냥 시내 쪽 가서 먹을까?"

"그래 그러자, 1시간 정도는 참을 수 있어~"


그렇게 우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강변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는데 강변에 너무 예쁜 카페가 있었다.


"우리 음료나 좀 마시고 갈까?"

"좋지~"

어제보다 기분이 좋아진 걸까? 오늘은 유독 말수가 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중국말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나도 지지 않고 한국말을 시작했다.


"아니 그래서 누나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중국어, 알 수 없음)"

"여행이라는 게 즐겁자고 온 건데 우울해하기 있기 없기?"

"(중국어)"

"아 안 되겠다 yes or no!"


그녀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앞으론 우울해 하지 마"


하하 하고 웃자 그녀가 무슨 질문이었냐고 묻는다. 설명해주자 본인도 깔깔 웃는다

분명 모든 걸 이해할 순 없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도 뭔가 둘 사이에 통하는 것이 있다.

또다시 한국말로 물었다.


"그래서 점심 여기서 먹어? 말아?"

"동생~ 아니야~"

"하하 아니긴 뭐가 아니야 메뉴 물어보는데?"

"메뉴?"

"응 뭐 먹고 싶어? 쌀? Yes or no?"

"쌀 no"

"엄뭐, 쌀이 뭔지 알고 대답하는 거야?"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알리가 없지 하하. 일단 메뉴판부터 받아보자!"

식당 겸 카페 옆 강

그렇게 메뉴판을 받아 들었고, 우리의 모습을 유심히 보던 점원이 물어본다.


"너희들 어디서 왔니?"

"난 한국~"

"난 중국!"

"아 그래서 이말 저말 막 섞어서 하는구나, 너희 참 재미있어 하하."


누가 봐도 신기한 광경일 것이다.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한 명은 중국어로, 한 명은 한국어로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림보고 시켰는데 솔직히 망 ㅋㅋ 너무 달았음

점원이 가고 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


"방금 저 점원 눈빛 봤어? 널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베트남에서 한 인기 하지!"

"훗, 그랬어?"

"그럼 뭐해~ 난 중국인이 점점 좋아지는데..."

"하하, (한국말로) 나 아니야 중국 여자."

"(한국말로) 나한 국 남자, 누나 중국 여자!"

"Idiot(바보)"

"(한국말로)아 너무 귀여워 죽겠어?"

"(한국말로) 동생 죽겠어? 귀여워?"

"Why are you so cute?"


라고 물었더니, 춤을 추며 대답한다.


"I got it from my daddy"


처음엔 싸이의 노래 가사인 줄 모르고 진짜냐고 물었더니, 사실 아빠는 애교 없고 엄마한테 물려받았단다.

이후로 우리의 대화에 I got it from my mommy와 daddy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기쁨을 주었다.


하는 것 없이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어쩌면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을는지 모른다.

서로가 조금씩 편해지고 의지되고 신뢰가 쌓인 것 같다.

각자의 사생활과 취미, 서로 경험한 여행 이야기도 공유했다.


이제는 슬슬 시내로 이동해야겠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버스 터미널로 가서 나짱행 버스를 타야 한다.

시내까지 신나게 달리고 각자의 호스텔에서 정리한 후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기분이 좋았는지 나 몰래 자전거 렌트비까지 지불하고는 빠르게 방으로 사라졌다.


"부끄러워? 어쨌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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