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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25. 2017

[베트남/무이네]D11_제일 하고 싶었던 것

내가 무이네에 여행 온 이유

3월 17일 목요일


어젯밤, 둘만의 추억을 늦은 밤까지 만들고 오늘은 둘 다 숙면 모드다.


눈을 떠보니 대만 여대생들은 이미 떠나고 그 자리에는 다른 외국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슬슬 씻고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좋아, 배고프다 얼른 가자!”


오늘은 오토바이를 빌리지 않고 걸어서 해변가로 향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해변가에 자리 잡은 근사한 호텔 혹은 리조트의 비치바를 가는 것.


해변-리조트-메인도로-우리 호스텔의 형태로 배열되어 있는 구조였기에 도로에서 리조트를 지나치면 그 리조트의 비치 바가 나온다.

당당하게 그 리조트에 머무는 투숙객 인척 하며 리조트를 가로지르려는데 입구에서부터 제지당했다.


“죄송합니다만, 이 리조트의 투숙객이 맞습니까?”

“네 맞아요.”

“몇 호에 머무시죠?”

“201호요.”

“열쇠를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순간 당황. 이 정도로 철저할 줄이야.


“밖에 다른 친구가 가지고 있어요.”

“그럼 친구분과 같이 오세요.”


안 되겠다. 다른 리조트로 가야겠다.

바로 밖으로 나와서 다른 리조트로 갔는데 역시나 단호박이다.


“아침 먹기 힘들다~”

“그럼 우리 아예 해변가로 먼저 간 다음에 레스토랑이나 비치 바로 가보자.”


두 번의 검열(?)을당하고 작전을 변경했다. 메인 도로에서 골목을 통해 해변가로 가서 근처에 위치한 비치바를 뚫어보기로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눈 앞에 보이는 근사한 비치 바로 들어갔다.


일단 앉았다.

메뉴판을 들고 온다.


성. 공.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사치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근사한 음식보다는 보다 현지식에 가까운 로컬 음식들을 주로 먹으면서 다녔는데 오늘은 돈 좀 써야겠다.


호화로운 브런치 메뉴를 주문하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찌그러질 정도로 눈부신 햇살.

백사장을 여유롭게 걷는 서양 커플.

무이네의 명물 카이트 세일링을 즐기는 관광객.


딱 좋다.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른 느낌이지만, 나온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닌지라 서둘러 포크를 움직였다.

이 날 찍은 유일한 사진

다 먹고 소파에 아예 누웠다.


진짜 좋다. 이게 휴가다. 여행이고. 이맛에 여행 다니지 하하.


늘 이렇게 먹는 척 인스타그램에 허세 사진도 한 장 포스팅했다.

오늘의 콘셉트는 한량 놀이.


어제 살이 많이 탄 이유도 있었지만 볼 것을 다 봤고 놀거리들을 다 즐겨서 당기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여유 부리는 것 자체를 위해서 무이네를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넣었기에 오늘은 목표에 충실해야겠다.


한참을 리조트의 비치바에서 놀다가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베트남의 명물 핫스톤 마사지!!

그녀가 야무지게 딜을 해서 가격도 디씨 받았다.

그래도 호치민의 한인타운 마사지보다는 비싸지만 관광지인걸 감안하면 적당한 듯하다.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뭐 먹을래?”

“글쎄...”


식사 메뉴에 대한 고민은 만국 공통인 듯하다. 그리고 역시나 남녀 사이에서 제안은 남자가 해야 하는 법.


“한식 먹을래?”

“오 좋아! 나 김치 먹고 싶어.”

“매운 거 먹을 줄 알아?”

“그럼~ 나 중국 여자야!”


한국식당을 찾아간 후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베트남 인건비가 저렴해서 그런지 한식당을 가면 삼겹살을 종업원이 일일이 다 구워서 준다. 완전 좋다. 그리고 신선한 채소들이 듬뿍 나오고 배추김치랑 가끔 파김치를 주는 곳이 있는데, 베트남에서 먹은 파김치 중 맛에서 실패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진짜 맛있다.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ㅎㅎ


내일모레면 이번 여행이 끝이 나는데,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한국말로 주문하는 것도 살짝 기분이 묘하다.

내가 분명 한국말로 주문했는데, 그녀가 어눌한 한국 발음으로 


“화좡쉬리 오디에요우?”


라고 주문하니 주인아주머니가 매우 혼란한 표정을 지으신다.

그녀가 한국 오면 적어서 길에서 볼일을 보지 않겠다며 제일 처음 배운 한국어이다.


김치랑 BBQ를 먹자고 하더니 역시나 채식을 더 선호하는 그녀는 삼겹살보다는 김치들에만 집중을 한다. 덕분에 삼겹살을 오랜만에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메뉴판에 있는 한글들을 열심히 읽으며 나에게 일일이 검사를 받는다.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한글이 많이 늘었다. 그녀의 머리가 똑똑한 건지 내가 잘 가르친 건지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쉽게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뜻과 의미는 몰라도 음은 읽는다 이제. 뿌듯!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여느 때처럼 내가 차도 쪽에 그녀가 인도 쪽으로 오게끔 하고 걸었다.


“정말 늘 친절해.”

“나 한국 남자야 하하~”


숙소로 가는 길에 여느 때처럼 아보카도와 파인애플을 사서 올라갔다.

그녀는 오늘도 아보카도만 먹는다. 나는 달달한 파인애플! 그리고 내 옆에는 오늘도 그녀가 있다.


내 옆에, 언제까지 오늘처럼, 지금처럼, 그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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