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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25. 2017

[베트남/무이네]D10_사막(화이트 샌드듄, 레드 샌드

5불짜리 선셋 지프 투어 2탄

피싱 빌리지를 출발한 지프는 한참을 달렸다. 기가 막히게 예쁜 길을 달렸다.

피싱 빌리지 다음으로 간 곳은 ‘화이트 샌드듄’ 하얀 모래로 가득한 사막이었다. 


어제 버스를 타고 오며 봤던 사막에 직접 발을 내디뎠다. 일본 돗토리현에 갔을 때도 모래 사구에 간 적이 있었는데, 돗토리 모래 사구가 언덕 수준이라면 이건 진짜 사막이었다. 일본 생각하고 선글라스만 끼고 사막에 들어갔다가 타 죽는 줄 알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는 나시티만 입은 나를 새빨갛게 익혔고 조금 전에 다시 바른 선크림은 땀과 함께 다 걷어냈다. 사륜구동 바이크를 빌릴까 하다가 그냥 걸었다. 대자연 앞에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돈 내고 미쳤다고 여길 내가 왜 갈까’

‘사막이 참 묘한 매력이 있구나’

‘자연의 위대함이란...’

‘초자연적인 힘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한없이 작고 미약하구나.’

미약한 인간의 점프샷

각자 사색과 셀카의 시간을 끝내고 한국, 중국, 대만의 네 젊은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각자 카메라로 영상을 찍으면서 토크쇼 겸 곰 세 마리 노래를 열창했다. 나만 한국 사람인데 이 세 여인이 먼저 부르자고 했다. 가수 비가 출연했던 풀하우스에서 배웠다고 한다.


더 이상 놀다가는 정말 살이 다 익어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시간이 되기도 전에 사막을 내려왔다. 일찍 오면 일찍 갈 줄 알았는데, 우리 지프차 운전기사가 다른 지프차 운전기사들과 카드놀이? 같은 돈내기 게임에 열중하고 계셔서 그냥 그늘이 있는 휴게소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서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왜 이렇게 뜸 들이나 했더니 다음 목적지이자 마지막 목적지인 ‘레드 샌드듄’에서 일몰을 봐야 하기 때문에 해가 어느 정도 질 때까지 다들 그늘이 있는 이곳에서 그냥 쉬는 듯했다.


마지막 목적지 붉은 사막에 도착했을 때는 그동안과는 다르게 몇 시까지, 혹은 몇 분 동안 놀고 돌아와라 라고 말하지 않고 해가 지면 돌아오라고 했다.

화이트 샌드듄은 마을과 꽤 떨어져 있어서 휴게소 같은 곳과 사륜바이크 대여점만 있었는데, 마을과 가까운 레드 샌드듄에 왔더니 꼬꼬마들의 호객행위가 엄청났다.

모래 썰매용 비닐포대를 빌려주는데 1달러를 요구했다.

화이트 샌드듄이 사실 더 거대하기에 거기서 호객행위를 했으면 혹 했을 텐데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레드 샌드듄의 정상까지 우리는 말없이 걸었고, 지금까지 따로 행동하던 독일 여대생들도 이번에는 함께 걸었다. 그리고 정상에 일렬로 같이 앉아서 지는 해를 말없이 바라봤다.

대 자연의 위대함. 아름다움.

그리고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그동안의 여행 피로를 잊기에 충분했다. 빨갛게 익은 살의 따가움도 잠시 잊은 채로.

무이네 레드 샌드듄의 일몰

숙소로 돌아온 뒤 독일 여대생들은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남은 네 명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 안에 있는 라운지 바로 향했다. 각자의 취향대로 음료를 주문하고 함께 이야기하는데, 우리 중국 누나가 신나셨는지 중국어로 대만 여대생들과 이야기 꽃을 피웠다. 


중간중간 대만 여대생이 통역을 해주는데,


“쟤 다 알아들어, 잘 봐 내가 중국어로 말할게.”


하고 중국말로 이야기한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국말로 응대해주었다.

이 광경이 신기한 대만 여대생들이 배꼽을 잡고 쓰러진다.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외국인들과의 즐거운 대화 시간이었다.


즐거운 시간이 끝났고 내일 아침 일찍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만 여대생 두 명이 먼저 숙소로 들어갔다.

나와 그녀는 장소를 옮겼다. 카페 겸 펍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바닥이 모래로 되어있었다. 무이네 앞 해변에서 가져왔는지 모래가 부드럽다. 편안한 의자와 푹신한 모래, 하늘에 떠 있는 달까지 부드러우면서 낭만적이다. 


“나 싱가포르로 넘어가는 항공권을 너무 급하게 샀나 봐.”

“으이구 또 그 소리!”

“처음에는 외롭고 힘들기만 했는데, 이젠 베트남이 너무 좋다.”

“말은 똑바로 하자. 내가 있어서 좋은 거야, 아니면 베트남이 좋은 거야?”

“하하 바보…”

“바보... 찡찡 바보.”


언제부터인가 내 무릎에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와서 앉아 있었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내 옆으로 옮겨와서 앉았다.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니 고양이가 편안한지 기지개를 켠다.


나도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도 편안한지 내게 기댄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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