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일이었다. 요구하는 자세가 나와는 결이 맞지 않았다. 어쩌면 나이 든 사람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는 자세일 거란 생각이 든다. 리포머위에 올린 박스에 오른쪽 팔꿈치를 대고 엉덩이를 바닥에서 떼는 동작이다. 그 자세에서 이렇게 저렇게 동작을 바꿔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사용하는 자세였을 거다. 문제는 두 가지가 있었다. 정작 긴장이 가는 근육은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니었다.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갔다. 위에서 누르는 상체의 하중에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자세를 풀었어야 했다. 요령을 피우려는 바로 그때 강사님께서 눈치를 채시고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하시는 말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이렇게 나의 어깻죽지는 그날 집을 나갔다. 거기에 쓸데없이 힘이 잔뜩 들어갔던 허리까지 아프다. 허리 쪽은 좀 버티면 돌아올 것 같다는 판단이 서는데, 어깨는 이거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판단이 안 선다. 지금 일주일 째다. 그냥 모른척하고 자세를 풀었어야 했다. 후회막급이다. 한 번 당한 적이 있어 조심했는데 말이다. 그때 강사님과 눈만 안 마주쳤더라도 부상은 피할 수 있었다. 마음이 약해서 탈이다. 이럴 땐 독해져야 한다. 아니면 가장 불쌍한 눈 빛으로, 금방이라도 일을 낼 것 같은 표정으로 하염없이 강사님을 쳐다봐야 한다. 흠흠..!! 이건 못하겠다. 독해지는 쪽이 훨씬 수월하겠다.
한참 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잘 낫지를 않는다.
회복이 안된다. 아니 회복이 늦다. 많이 늦다.
갑자기 생긴 일정에 며칠 무리를 하더라도 주말 하루 푹 쉬면 살만했던 시절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조금 무리했다 싶으면 여지없이 입술이 부르튼다. 잠이라도 잘 못 자서 아침에 일어나 목을 돌리지 못할 지경이면 예전에는 반나절만 지나면 괜찮아지곤 했는데 최근에는 좀 심한 편이었는지 지금 1주일이 지났는데도 개운치가 않다. 병원에 가야 하나?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 목이 개운치 않고, 어깨가 많이 아프고, 허리도 조금 아프다. 필라테스도 한 일주일 건너뛸 예정이다.
'한계치의 운동'이라는 게 있다. 이때 사용되는 단어가 RM(Repetition Maximum)이다. 본인이 정확한 동작으로 최대로 들 수 있는 무게를 말한다. 1RM이면 한번 드는 것이고 10RM이면 10번 드는 거다.
남성 운동 경력자를 대상으로 10RM에 해당되는 중량운동을 3세트씩 전신 6~8개 종목을 실시하고 원래 상태까지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고 한다.
20대 남성의 경우 48시간 후 70%의 참가자가 원래의 상태를 회복했고 72시간 후에는 80%의 참가자가 원래의 상태를 회복했다. 50세 이상의 경우 96시간(4일)이 지나도 30% 정도의 참가자만 완전 회복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 나이에 고강도 운동은 조심해야 한다.
수치로 비교하고 싶은데 계산이 안된다. Copilot에게 물었다. 답이 나왔다. 똑똑하다.
"20대 남성의 회복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50세 이상의 회복력은 30으로 볼 수 있어. 회복력은 나이에 따라 약 3배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지."
20대 남성과 50세 이상 남성의 회복력은 3배가 차이가 나는 거다. 60세 이상이면 얼마나 되려나 최소 5~6배 이상이 되리라 짐작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차이가 배가 될 터이니 그렇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점점 늦어지는 회복력에도 익숙해져 간다.
*그림: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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