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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하 Jul 25. 2024

만남이 인사이트가 된 사람들

꾹꾹 눌러 담은 고백

 퇴직자 교육과정 중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3분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다. S사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하고 정년퇴직 하신 분이다.


 정작 그분의 자기소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고 무엇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던 것만 기억할 뿐이다. 잊히지 않는 이야기는 자기소개에 앞서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성찰의 고백이었다.


 "막상 자기소개를 하려니 그동안 했던 일 이야기 밖에는 할 게 없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습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자기소개 작성을 위해서 PPT로 내가 했던 일로 한 페이지를 작성했습니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려고 하는 일을 한 페이지로 작성하고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 페이지는 한참 동안 한 글자도 적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어느 순간 지난 30년 동안 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탈한 심정으로 시간이 흐르다가 문득, 내가 죽을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아니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을까?라 생각에 다다르면서 한 줄 한 줄 적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30년 이상을 일하고 퇴직한 그 나이 또래의 누구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한다. 특히나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에 대한 아주 간단한 질문에 순순히 대답을 내놓는 분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여느 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상황임에도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마도 자기 성찰을 통한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흘러나온 고백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5060 이 즈음에는 누구에게나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의 자기 고백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기고백 #자기소개 #퇴직자교육 #중장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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