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버지니아 울프 읽기’

<런던 유령>(엑스북스, 2017)

by readNwritwo

작가 최은주의 <런던 유령>(엑스북스, 2017)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아냈다. 소설 「댈러웨이 부인」(솔출판사, 2019), 「등대로」(솔출판사, 2019), 「파도」(솔출판사, 2019) 세 편이고, ‘런던 거리’를 산책하며 보낸 그녀의 사유 시간이다. 런던 거리는 영국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가난하고 비참한 밤거리로 바라본 조지 기싱과 찰스 디킨스. 활력과 생동감 넘치는 거리로 본 샬롯 브론테.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언급하며 ‘말끔한 길거리’로 보는 울프의 시선을 소개한다. 최은주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큰 즐거움은 런던 배회이며, 글을 쓰는데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우울할 때 위안을 받았다. <런던 유령>은 독특한 문체와 난해한 세계관으로 평가받는 버지니아 울프를 이해하는 하나의 출발점이다.

건국대학교에서 영문학비평 박사학위를 받은 최은주는 제인 오스틴, 샬롯 브론테, 에드거 앨런 포,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독서 비평집 <책들의 그림자>(엑스북스, 2015)를 펴내기도 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소속 NRK 학술연구교수직을 하며 언어·공간·건축을 바탕으로 난민 연구를 하고 있다.

<런던 유령>은 ‘정말이지 지금 당장 연필 하나가 꼭 필요해’, ‘오늘 저녁 파티 잊지 마!’, ‘당신의 사랑이란 뭐죠?’, ‘부엌 식탁을 경험한다는 것’, ‘사람들은 계속해서 지나가고 있어’, ‘나는 변화하고 있었다’, ‘런던 유령’ 총 7부로 구성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세 편을 중심으로 한 작가 최은주의 비평적 입장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책읽기’, ‘세계관’을 담고 있다. 울프가 만들어낸 등장인물과 ‘나’가 서로 충돌하며 픽션 안팎의 삶에 대한 독백까지 엿볼 수 있다.

먼저 살펴볼 부분은 버지니아 울프 작품의 ‘난해성’에 있다. 울프의 소설을 읽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작가 최은주는 “독특한 그녀의 문체를 읽고 해석해내는 것은 어렵다.”(p.15)라며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작가이지만 그녀의 소설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다.”(p.15)라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입장에 따르면 ‘사랑’, ‘배신’, ‘복수’, ‘사고’, ‘죽음’ 같은 사건의 전개, 클라이맥스, 결말이 그녀의 작품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을 넓히기 위해서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독서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라는 게 최은주의 시선이다. 저자는 그녀의 소설 기법에 대해 세 가지를 언급한다. 첫 번째는 현재와 끊임없는 교차이고, 그 다음은 치열한 현대인의 삶과 반대되는 ‘나른함’과 ‘감상적인 인상’이다. 마지막은 하찮은 단상에 주목하며 치열하지 않은 상류층의 삶을 다룬 점에 있어 비평가들이 비판하는 지점이다.

작가 최은주는 이를 방어한다. 그녀는 “버지니아 울프야말로 주변의 실제인물들을 낱낱이 작품 속으로 기입한 작가이다.”(p.45)라고 답한다.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세 편에서 드러나는 ‘죽음’과 ‘삶’을 밀착시킨 요소 때문이다. 저자는 「댈러웨이 부인」에서 죽음과 삶을 대하는 주인공 클라리사 댈러웨이의 태도에 주목한다.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서술방식과 캐릭터성이다. 그녀는 “물론 곳곳에서 죽음이 등장하고 암시되지만, 소설 처음부터 앓고 일어난 클라리사의 산책이라는 모티브는 문의 개폐를 통해, 죽음과 삶이 동시에 흐르고 있음을 제시한다.”(p.36)라고 이야기한다. 비평가에게 공격받을 수 있는 울프의 소설을 다른 시선으로 본 최은주의 견해다.

버지니아 울프의 흥미로운 책읽기를 소개된다. 작가 최은주의 말에 따르면 울프의 쓰기와 읽기는 실제 삶과 소설 속을 오가고 있다. 저자는 「댈러웨이 부인」에서 산책하는 장면이 어떤 식으로 나왔는지 소개한다. 작가 제프리 초오서의 <켄터베리의 이야기>를 읽다 구상한 우연성이다. 최은주는 “우연한 독서에서 건져낸 것으로 실을 짓고 천을 덧대며 매듭을 만드는 글쓰기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p.95)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독서가로서 버지니아 울프의 면모를 알 수 있는 한 예로 「파도」를 들며 ‘마음을 동요하게 하는 소설’이라 정의 내린다. 가장 극대화된 실천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만족할 줄 모르는 독서가로 바라보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삶’, ‘죽음’, ‘사랑의 덧없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탄생’, ‘성장’, ‘결혼’, ‘출산’, ‘노화’, ‘죽음’과 같은 사건들을 동등하게 뒤섞는 울프의 관점에 있다. 저작자는 “「파도」는 독자들이 끝까지 읽지 못하고 반품되는 책 중 하나였지만 정작 버지니아 울프는 ‘누구를 위해서 나는 쓰는가’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p.188)라며, 다른 비평적 입장을 보여준다. “누구를 위해 쓰는지를 아는 것이 어떻게 쓰는지를 아는 것”(p.)이라고 믿는 게 그녀의 시선이다. 최은주는 울프의 세계관을 통해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비평적 역할한다.

버지니아 울프를 보는 작가 최은주의 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 있는 해석을 제공하지 않은 불명료성”(p.201)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대전’, ‘현대소설’, ‘모더니즘’, ‘정신병’, ‘동성애’가 그녀를 가로지는 ‘정체성’”(p.200)이다. 저자는 “현대 소설의 특징은 자극과 속도의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낡은 것이 되었다.”(p.72)라며, “느림의 즐거움은 더 이상 없다.”(p.72)라고 답한다. 바로 ‘느림의 미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울프가 고민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녀의 조언은 읽는 이의 저자가 되어보고, 그의 동료가 되어보기다. <그녀의 질문은 수동적 독자가 아니라 능동적 독자를 원하는 듯하다. 작품에 대한 재해석과 이해하는 부분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독자가 접근하기에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독자의 문턱은 높을 수 있다.> -> 앞뒤 논증이 부족. 좀 더 서술하기 <런던 유령>에는 43세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에서 52세 주인공 클라리사 댈러웨이의 감정을 헤아리는 내용이 나온다. <1925년에 출간된 작품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9년 후 울프가 직면한 것이다.> -> 어떤 가치가 있는지 좀 더 고민해서 서술하기. 자극과 속도의 가치관에서 낡은 가치로 변모한 현대 소설의 경향 앞에서 죽음과 삶에 있어 그녀만큼 사유한 이가 또 있을까. 그런 깊이를 맛보고 싶은 독자에게 필요한 책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