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철학을 하였다>(사광사, 2008)
내가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두 가지 근원이 있다. 한편으로 나는 아무리 모호해도 종교적 신념으로 행세하는 모든 신념으로부터 나를 방어할 수 있는 어떤 대책을 철학이 마련해줄 수 있는지 몹시 알고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무언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싶었는데, 다른 학문에서 안 된다면 순수 수학에서라도 그런 확신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랐었다.
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사춘기 내내 책으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외로이 생각하였다. 종교에 관해서는 먼저 자유 의지를 안 믿게 되었고, 다음에 영혼의 불멸을 안 믿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 수학의 토대에 관해서는 나는 아무 데서도 수학의 토대를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경험주의에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음에도 “둘 더하기 둘은 넷이다.”라는 명제가 경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일반화된 명제라고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부정적 결론을 넘어선 그 이상의 모든 점에 관해서는 여전히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p.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