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1년 전, 소설 합평 수업을 듣다 새로 쓰고 싶은 플롯을 떠올렸다. 아들을 잃은 정신과 의사 이야기다. 소설의 전체적인 정서는 부성애다. 아들의 죽음은 미제사건으로 기록된다. 5년이란 공백. 주인공은 지인의 부탁으로 여성 환자를 상담한다. 괴로워하는 그녀의 기억에서 아들을 죽인 진범이라 믿는 주인공. 그는 그녀를 치료하면서 어떤 식으로 죽일지 방법을 구상한다. 몇 개월이 흐르고. 여자는 고통 받는 기억을 떨쳐내고, 남자는 당장 누군가를 죽여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아주 치밀한 살인의 기술을 그녀에게서 터득한다. 살리고 죽일지는 오로지 남자의 몫이다. 나는 복수의 복수를 거듭하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 다만,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는 과정을 소설에 담고 싶다. 진부하지 않고, 기발하지 않은 보편적인? 어떤 인간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다. 부성애의 감정을 버리고 그녀에게 연민을 갖게 되는 성숙한 태도, 그런 과정을 소설에 담길 원한다. 여기서 문제는 나의 가족을 이해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아직 부모를 용서하지 않았다. 정년을 앞둔 ‘부모’와 서른 두 살의 ‘나’. 착하디착한 그들을 이해하기란 나의 태도가 미성숙하다. 오늘, 한 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면서 고민한 결과가 이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