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날마다 축제>(이숲, 2012)
-글쓰기3(장편소설)
나는 장편 소설을 써야 한다. 그러나 정제된 문장으로 소설을 완성하려고 애쓰다 보니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장거리 달리기를 연습하듯이 우선 조금씩 조금씩 긴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했다. 전에 리옹 역에서 가방과 함께 원고를 잃어버린 그 소설을 썼을 때 나는 아직 젊음 그 자체만큼이나 허망하고 변덕스러운 젊은 나이의 순진한 정서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의심할 여지없이 그 원고를 잃어버린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새로 소설을 써야 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을 때 나는 소설을 쓸 것이다. 따라서 나는 더 많은 압박이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은 우선 내가 잘 아는 주제에 대해 긴 글을 써봐야 할 것이다.(p.87)
-글쓰기4(경험)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건장한 체구를 타고난 나는 끼니를 거르면 몹시 허기가 졌다. 하지만 배고픔은 나의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해주었다. 나중에 보니 내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식욕이 강하거나, 미식가이거나, 혹은 식탐이 있거나,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p.101)
-글쓰기5(‘기교’와 ‘생명 불어넣기’)
내 글을 일일이 분석하여 기교를 부린 대목을 삭제하고, 대상을 묘사하기보다는 글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애쓰기 시작한 이래 글쓰기는 내게 더없이 경이로운 작업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몹시 고된 작업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장편 소설’이라는 긴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엄두가 나기 않았다. 실제로 문단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아침 내내 붙들고 있어야 할 때도 흔했다.(p.171)
-글쓰기6(글쓰기)
나는 계속해서 한 문장을 더 썼다. 글이 잘 써지고 글쓰기에 몰두할 때에는 여간해서 방해를 받지 않는다.
나는 단락을 마무리하는 문장 한 줄을 더 쓴 다음, 그 단락 전체를 다시 읽어 보았다. 내용이 괜찮았다. 나는 다음 단락의 첫 문장을 썼다.
나는 평생 다른 사람들이 늘어놓는 불평을 들어왔다. 나는 잡음 속에서도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잡음은 다른 것보다 특별히 더 나쁠 것도 없었으며, 특히 에즈라가 연주하는 바순 소리보다는 나았다.
나는 계속 글을 썼다. 제법 잘 써지고, 좋은 기운이 다시 찾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