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본질을 묻는 카프카 문학’

<법 앞에서>(민음사, 2017)

by readNwritwo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단편 소설보다 짧은 엽편소설 ‘법 앞에서’를 펴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쓰면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생전에 밝힌바 있다. A4 한 장 반 분량의 소설에는 사람들의 입장을 가로막는 문지기와 법 안으로 들어가길 원하는 시골 남자가 등장한다.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주인공의 감정이 소설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지기를 매수하기 위해 평생을 걸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친다. 수위는 문을 지키며 그의 행동을 빠짐없이 바라볼 뿐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카프카 장편 소설 <소송>에 나오는 우화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쏜살 문고>에서 나온 소설집 <법 앞에서>(민음사, 2017)로 출간됐다.

프란츠 카프카는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탐구한 실존주의 소설가다. 카프카는 불안과 소외의 감정을 작품에 담아내며,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는 무력한 인물들을 그려냈다. 그는 쓰는 행위 이외에 다른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보낸 유서에서 모든 글을 불태워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친구는 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세계의 불확실성과 불안한 인간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타계 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대표작은 <변신>, <성>, <소송> 등이 있다.

소설에서 먼저 살펴볼 부분은 주인공 시골 남자가 보여주는 감정의 변화다. 남자는 문지기에게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며 부탁한다. “지금은 안 된다오”(p.7)라는 문지기의 대답을 듣자마자 그는 몸을 굽혀가며 안을 보려 애쓴다. 문지기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며 “그렇게 마음이 끌리거든 내 금지를 어기고라도 들어가 보시오.”(p.7)라고 말한다. 첫 번째 감정, 주인공의 호기심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방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문지기가 서 있는데 갈수록 막강해지지.”(p.7)라는 문사의 이야기는, 법이라는 공간을 위협의 대상 혹은 절대적 권력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대목이다. 주인공은 “털외투를 입은 문지기를 좀 더 찬찬히, 그의 커다란 매부리코며 길고 성긴 데다 시커먼, 타타르인 같은 턱수염을 뜯어보고 나니 차라리 입장 허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p.8)라고 결심한다. 두 번째 감정인 두려움을 내보인다. 문지기를 매수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가며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을 그 다음으로 드러낸다. 프란츠 카프카는 짧은 소설에서 이 같은 감정을 밀어 넣고 있다.

소설의 압권은 죽음을 앞에 둔 상태에서 시골 남자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문지기를 ‘단 하나의 장애’로 생각한 시골 남자는 “어린 아이처럼, 문지기를 여러 해 동안 살펴보다 보니 외투깃 속에 있는 벼룩까지도 알아보게 되었다.”(p.8)라고 말한다. 그를 향한 주인공의 외면적 통찰이다. 시력까지 약해지는 남자는 주위가 정말 어두운 것인지 눈이 자기를 속이는 것인지 분간 못하는 처지에 이른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법의 문들로부터 꺼지지 않고 비쳐 나오는 사라지지 않는 한 줄기 찬란한 빛”(p.9)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생의 마지막에 깨닫는 내면적 통찰이다. “이 여러 해를 두고 나 말고는 아무도 들여보내 달라는 사람이 없으니 어쩐 일이지요?”(p.9)라는 주인공의 마지막 질문은 문지기를 처음 만나던 날 꺼내야 할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다. 작가는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근본적인 물음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카프카의 ‘법 앞에서’는 어떤 상징을 읽어내기보다 인물, 사건, 배경 안에서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도시로 온 시골 남자가 호기심을 끌만한 많은 장소 가운데 왜 하필 법 안인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문지기에게 바칠 만큼 그곳으로 들어가는 게 가치(의미)있는 일인지 주인공은 왜 용기를 내어 문지기 앞으로 지나가지 않을까. 문지기는 그의 행동을 지켜만 보는가. 그의 작품은 수많은 질문을 던져가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작가는 독자의 물음에 차원이 다른 사고의 깊이로 안내한다. 이게 바로 카프카 소설의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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