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
20세기에는 수많은 엘리트 지식인들이 스스로 광기에 싸여 구세주 노릇을 했습니다. 그들은 낡은 세상을 부수고 새로운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지만, 미쳐가는 작가들만 늘어날 뿐이었습니다. 지식인들은 지식만 아니었다면 그런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개인의 심중에는 광기가 내재되어 있고, 자아는 한번 균형을 잃는 순간 너무도 쉽게 광기에 빠져들게 되어 있습니다.
20세기에는 자기연민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자기연민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이 있어야만 합니다. 일정한 지식이나 학문을 갖추었다고 해서 성찰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폭군이나 광인 중에는 원래 똑똑한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의 불행은 외부의 강압을 통해서만 오지 않습니다. 인간 자신의 나약함이야말로 종종 불행의 근원이 되지요. 무절제하게 부풀어 오른 자아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장애를 가져오고 판단에도 오류를 일으킵니다. 나아가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끌기까지 하죠.
세상은 자아에서 시작되지 않으며, 일개인에 의해 끝나지도 않습니다. 앞 세대를 무너뜨리고 문화유산을 타도해나가는 식의 살부 혁명은 결코 마음 깊은 데서 우러난 충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세기를 뒤덮었던 전염병이 이 세상에 가한 재앙이었을 뿐입니다.
작가가 드넓은 세상을 관찰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면, 또 그 성찰을 바탕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다면, 사실에 대한 객관적 서술을 뛰어넘은 통찰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작가가 객관적 서술에서 멈추지 않고 문학으로 호소하고자 하는 이유는, 문학을 통할 때 비로소 인간 세상에 대한 심오한 이해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찰도 작가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므로 한계가 없지 않지만, 주관성은 진실된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p.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