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식의 간섭과 상품화라는 제약이라는 문학의 현주소’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

by readNwritwo

작가는 타인을 개조하려 들기보다 일개 관찰자의 신분으로 돌아와 냉정한 눈으로 인생사를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편이 낫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학이 사명씩이나 지닐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런 소명도 짊어지지 않은 문학만이 진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일체의 허상을 짓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헛소리를 지어내지 않는 문학이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쓰는 글입니다. 일기가 진솔한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누군가 훔쳐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기는 자기 자신도 알아보기 힘든 암호문으로 변해버릴 것입니다. 그런 일기라면 굳이 쓸 필요가 없지요.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것으로 생계를 도모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토로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마음속 감정 때문입니다. 그런 글이라면 독자의 기호에 부합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죠. 이것은 바로 문학의 첫 모습입니다.

불행하게도 이제는 작가라는 직업도 상품화되었고, 문학작품 역시 시장의 규율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졌습니다. 작가들은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바쁘고, 사람들도 진실이라는 기준만으로 문학의 가치를 판별해주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문학은 정치의식의 간섭을 받고 있는 한편 상품화라는 제약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억압은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사회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어요. 스스로 세상의 변두리로 밀려나기로 선택하지 않는 이상 이런 억압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습니다. 설혹 자기만의 소신을 지킨다 하더라도, 그 작가에게는 궁핍을 인내하며 겨우 버티는 삶만 가능할 뿐입니다. 그나마 자유가 있는 사회라면 궁핍 속에서 생존이라도 할 수 있지만, 정치적 억압이 자행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작가라면 멀리 도망이라도 쳐야 겨우 목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슬프게도 이것이 바로 오늘날 문학이 처한 현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 삶의 곤경을 반영하고 있는 풍경이기도 하지요.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이 정치적 목적에 복무할 리도 없지만, 시장에 대항하여 승리하기도 어렵습니다. 진지한 독자들의 수도 이젠 많지 않고요. 아마 이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 정도만이 진지한 문학에 관심이 있어 상도 수여하시는 것일 텐데요.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달리 무슨 원망을 하시겠습니까.(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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