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
증언의 문학과 역사를 비교해볼까요? 역사에는 권력의 낙인이 찍히기 마련이죠. 그래서 권력이 교체되면 역사도 다시 쓰이기 마련입니다. 반면 문학은 한번 발표되면 다시 쓸 수 없기 때문에 작가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집니다. 물론 그 무게는 작가 스스로 택한 것이지만요. 역사의 얼굴이 여러 번 바뀔 수 있는 것은 특정 개인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쓴 책을 대면하고, 종이에 쓰인 글자는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역사가 얼마나 많은 진실을 은폐하고 있든, 작가는 그 진실을 파고들어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해냅니다. 빛바랜 사료를 뒤적이는 것 못지않게 살아 있는 사람의 체험을 마주하는 것도 작가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체험이 작가 자신이나 가족의 것일 경우 증언은 자서전적 성격을 띠게 되는데요. 이런 글을 쓸 때 가장 좋은 태도는 작가 스스로 그 체험과 거리를 두고 방관자가 되는 것입니다. 특히 시대의 재앙을 증언하는 경우 작가가 피해자의 감정에 빠져버리면, 시작부터 어조가 비참해지는 등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p.4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