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두 가지 목적과 중세시대’-2

<게으름에 대한 찬양>(사회평론, 2005)

by readNwritwo

그러나 상업 건축을 완벽의 경지에 올려놓는 것은 근대적 부호 계급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였다. 바다의 신부라고 불리는 베니스는 그 아름다움에 압도된 기독교 연합 군주들로 하여금 십자군 원정단의 진로를 돌리게 만든 도시로서 공화정의 총독관저 및 호상들의 대저택을 세움으로써 새로운 타입의 장엄미를 창조했다. 북부의 촌스러운 남작들과는 달리 베니스와 제노바의 도시 권력들은 독거할 필요도, 방어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서로 나란히 붙어살면서 별 호기심 없는 이방인이 보아도 모든 것이 웅대하고 미적으로 뛰어난 도시를 빚어냈다. 특히 베니스에서는 지저분한 것을 은폐하기가 수월했다. 빈민은 멀리 뒷골목들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곤돌라 승객들에겐 절대 눈에 띄지 않았다. 부호 계급이 이처럼 철저하고 완벽하게 공했던 때는 일찍이 없었다.

중세 교회는 성당뿐 아니라 우리의 현대적 필요와 관련이 있는 건물들도 지었다. 사원 , 수도원, 수녀원, 대학 등이 제한된 형태이긴 하지만 공동체주의에 기초해 세워졌고 평화로운 사회 생활을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건물 내에서는 개인의 공간은 엄격하고 간소한 반면 공동의 공간은 웅대하고 여유가 있었다. 개별 수도승은 좁고 텅빈 방 하나를 쓰는 것으로 겸손한 생활 자세를 유지했고 성직에 대한 자부심은 대형 홀과 예배당, 장엄한 식당을 통해 과시 되었다.

오늘날 영국의 수도원과 사원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즐겁게 해주는 유적들로 남아 있지만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 소재한 대학들은 오늘날까지도 국민 생활의 일부를 담당하면서 중세 공동생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p.56-57)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