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 말하는 글쓰기의 네 가지 동기’

<고종석의 문장 1>(알마, 2014)

by readNwritwo

오웰은 생계 때문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네 가지 동기에서 글을 쓴다고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입니다. 순전한 이기심이라는 건 말 그대로 돋보이고 싶은 욕망입니다. 죽음 다음에도 사람들에게 기억되니까요. 순전한 이기심이라는 건 아주 사적인 것입니다. (중략) 돋보이고 싶고, 사회에 이름을 남기고 싶고, 약간 거드름 피우고 싶은 그런 순전한 이기심, 그게 글쓰기의 첫 번째 동기라고 오웰은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동기는 미학적 열정입니다. 아름다움에 취하게 되면 거기에 대해 뭔가를 쓰고 싶어진다는 거지요. 대상이 꼭 눈에 보이지 않아도 됩니다. 바흐나 모차르트의 어떤 음악을 들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거기에 대해 뭔가를 쓰고 싶게 되는 것, 이것이 미학적 열정입니다. 언어를 조탁하면서 미적 쾌감을 느끼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미학적 열정이라는 것은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만이 아니라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거론한 글쓰기의 동기는 역사적 충동입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망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런 욕망은 아마 신문기자들이 제일 많이 느낄 겁니다. 물론 제대로 된 신문기자들 얘기입니다. 자기가 본 사실 그대로를, 이건 꼭 당대 독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대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잊히지 않도록 꼭 남겨놔야겠다는 욕망으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론한 글쓰기 동기는 정치적 목적입니다. 아주 넓은 의미의 뜻입니다.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세상을 더 살 만한 곳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오웰이 말하는 정치적 목적입니다. 이 대목에서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오웰은 이렇게 일반인들의 글쓰기 동기를 넷으로 나눈 뒤 거기 자기 자신을 대입해봅니다. 자기는 천성적으로 앞의 세 가지 동기, 그러니까 순전한 이기심과 미학적 열정과 역사적 충동이, 네 번째 동기인 정치적 목적을 능가하는 사람인데, 실제로는 팸플릿 저자가 돼버리고 말았다고 말합니다. 팸플릿 저자가 됐다는 건 정치적 목적의 글을 많이 썼다는 뜻입니다.

-조지오웰의 글쓰기

스페인은 3년간의 내전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습니다. 스페인내전이 끝나는가 싶더니, 1939년에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납니다. 오웰이 살았던 시대는 진정으로 격동의 시대였던 겁니다. 결국 오웰은 “앞의 세 가지 동기가 훨씬 많은 기질의 사람인데, 여태껏 써온 글들을 보니 결국 대개 정치 팸플릿을 썼구나. 나는 팸플릿 작가에 불과했다.”라고 약간 자조적으로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순전한 이기심과 미학적 열정과 역사적 충동으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정작 자기가 쓴 글 대부분은 정치적 목적의 글이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오웰은 자신이 항상 미학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고도 말합니다. 자신의 기질에 반하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것입니다.

오웰은 “1936년부터 내가 쓴 심각한 작품은 어느 한 줄이든 직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맞서고’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들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입니다. 쉽게 말하면, 정치적인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정치적인 게 아니라 동시에 예술적인 글이 되도록, 즉 정치평론이나 팸플릿이라 하더라도 한 번 보고 마는 그런 글이 아니라 예술작품이 되도록 노력했다는 뜻입니다.(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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