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싱젠이 말하는 예술전복’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

by readNwritwo

2005년 나는 그와 함께 루브르 궁전을 여러 차례 둘러볼 일이 있었다. 그 후에도 피렌체와 베네치아, 로마, 바티칸 등에서 고대 미술을 관람하고 파리로 돌아와 유럽 미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르네상스와 18~19세기의 계몽주의, 휴머니즘과 비교하면 20세기의 미술은 크게 퇴보했다. 니체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또 범마르크스주의에 이르기까지 이들 사상의 기본 정신은 사회비판이었고, 앞 세대를 전복하는 것이 이들 사조의 기본 전략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20세기식 사회비판과 1960~1970년대에 일어난 예술전복은 전복 그 자체를 위한 전복이 되어, 새로운 것이면 무조건 좋다는 식이 되어버렸다고 개탄했다. 그 결과 지난 한 세기 동안 예술은 소멸해버렸다.

예술이 하나의 쇼나 가구설계 혹은 패션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예술 관념에 대해 끊임없이 새롭게 내리는 정의는 일종의 언어유희가 되었거나 하나의 상품으로 진열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현대예술의 편년사를 기록하는 일종의 역사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세기에 일어난 예술혁명과의 고별을 시작으로 지난 10여 년간 ‘20세기의 극복’을 모색해온 그의 관심은 비단 예술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서양의 지식인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일련의 주류 사조, 즉 지금도 동서양의 강단에서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사조들, 이를테면 ‘혁명예술의 기관차’라거나 ‘구세계를 철저히 무너뜨려야 한다.’, ‘작가는 인민의 혀요, 시대의 거울’이라는 관념, ‘새로운 인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자’는 구호, ‘자본주의는 필멸하고 사회주의가 전 세계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주장, ‘전통의 전복’, ‘부단한 혁명’, ‘작가는 죽었다’, ‘예술의 종말’, ‘해체주의’, ‘무예술’ 등이 모두 그의 관심대상이다.

그가 보기에 이런 이념들은 현대 유토피아의 허언이라기보다 자아의 무한 팽창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는 다시금 본래의 취약한 개인으로 돌아가 냉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깊이 성찰함으로써 20세기에 형성된 의식의 안개를 헤쳐 나와야 한다. 작가는 한 개인의 진실한 목소리가 되어 인간 삶의 곤경을 증헌하는 증거자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p.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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