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사적 글쓰기’와 ‘타동사적 글쓰기’

<고종석의 문장 1>(알마, 2013)

by readNwritwo

다시 롤랑 바르트의 글쓰기 분류로 돌아가자면, 자동사적 글쓰기라는 건 사르트르식으로 얘기하자면 얼추 사물의 언어(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글)에 해당합니다.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글쓰기입니다. 그 글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겠다든가 잘난 척해봐야겠다는가 이런 목적이 전혀 없이 오직 ‘기능’에 충실한 그런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자동사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기능’입니다.

반면에 타동사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활동’입니다. 활동이라는 건 지식을 전달하거나 사람들을 설득한다거나 증언한다거나 선전한다거나 설명한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을 내용으로 삼는 글쓰기가 타동사적 글쓰기입니다. 타동사적 글쓰기는, 굳이 사르트르 식으로 얘기하자면, 도구의 언어(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담은 언어.)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바르트가 글쓰기를 둘로 구분하고 보니, 글쓰는 사람들도 둘로 구분할 필요가 생기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자동사적 글쓰기를 하는 작가와 타동사적 글쓰기를 하는 작가를 구별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자동사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원래 있던 프랑스말 에크리뱅이라고 부르고, 타동사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을 에크리방이라고 불렀습니다. 에크리방이라는 말은 바르트가 새로 만든 말입니다.(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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