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나의 글쓰기는 고행이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분량의 글을 쏟아낼 수 없다. 오랜 고민을 해야 글을 쓸 수 있다. 자기검열이나 첫 문장을 쓰는 두려움과 다른 문제다. 의식하지 않는 자유 글쓰기는 해당되지 않으며 순전히 의식하는 서평이나, 영화리뷰, 에세이 같은 타인과 소통하는 글쓰기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에 쫓기는 압박감에 시달리지만 한 번 틀에 잡힌 기질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다른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습관을 고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내가 가진 기질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였다. 6개월간 단 한편의 글도 쓰지 못했다. 쓰면서 고민하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기 버거워 했다. 책상에 앞에 앉기보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을 침대에 누워 지켜볼 뿐이었다. 글쓰기의 열망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쓰기 싫어하는 저항감에 잠식당했다.
드디어 오늘, 오랜 시간 괴롭혀 온 감정의 사슬을 끊었다. 내가 원하는 글은 아니다. 분량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시간을 이겨낸 점에서 만족한다. 나는 독자와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다. 턱없이 부족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둘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력이다. 타인과 공감하는 글을 앞으로도 쓰길 원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행을 자처하는 일이다. “고통스럽게 노력하면 나의 타고난 결점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글을 잘 쓸 수 있다.”(p.45)라는 소설가 서머싯 몸의 문장을 마음에 세기며.
“나의 하루 전부가 한 장정도 안 되는 종이 앞에서 지나간다.” -오르한 파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