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

<코언 형제 : 부조화와 난센스>(마음산책, 2009)

*J – 형 조엘 코언, E – 동생 이선 코엘
 
Q : 시나리오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나누고 담당하시나요?
 
E – 아주 간단하고, 비형식적이에요. 우린 각각의 신을 세심한 부분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죠. 어떤 신은 누가 쓰고 어떤 신은 누가 쓰고, 이렇게 할당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타이핑은 제가 맡아서 하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바톤 핑크>(1991)는 유별나게(2주만에 씀) 빨리 썼어요. 반면 <밀러스 크로싱>(1990)은 거의 아홉 달이나 걸렸고요.
 
J – 보통의 경우는 넉 달 동안 초고를 쓰고, 친구들에게 보여준 뒤, 두 달 더 시간을 들여 다듬죠.
 
Q : <바톤 핑크>(1991)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쓸 수 있었나요?
 
E – 아마도 <밀러스 크로싱>(1990)을 워낙 힘들게 작업한 이후라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던 게 요인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정말 쉽게 써나갈 수 있었죠.
 
J – 묘한 일이지만, 어떤 작품들은 머릿속에 영화 전체가 온전한 모습으로 떠오르기도 해요. 시각적으로 어떤 모습을 띨지 알 수 있고, 비록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떤 감성을 담아낼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런가 하면, 다른 작품들은 아주 천천히 전개되는 여행 같은 느낌으로, 어디로 갈지 작가도 정확히 모른 채 진행이 되죠.
 
이 영화의 경우, 우린 바톤 핑크의 상태가 마지막에 어떨거라는 걸 실질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마찬가지로, 아주 초반 단계에서 우린 찰리의 장광설을 써놓았죠. 거기서 그는 자신에 대해 설명하고 바톤은 그저 잠시 들른 여행객일 뿐이라고 말하죠. 캐릭터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를 미리 알면 여러모로 작업이 수월해지죠.
 
E – 우린 그 캐릭터들을 무척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마도 그 두 배우와 꽤 가까운 사이여서 그럴 거예요. 그래서 그들의 배역을 아주 수월하게 쓸 수 있었죠.(p.11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