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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재윤 Jun 09. 2023

기획의 고수는 키스를 잘한다

기획은 2형식이다 - 남충식

어느 날 회의실에서, A가 B에게 소리 지른다.



"야아! 키스 좀 잘해봐."



혀 섞는 키스? 못 볼 꼴을 보게 된 걸까. 



아니다. 진짜 열받아서 하는 소리다. 달콤해야 할 키스가 쓰디쓴 폭언처럼 쓰이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폭언하는 A의 손엔 빽빽하게 쓰인 보고서가 들려있다. B는 비 젖은 갱쥐 마냥 꾸깃한 표정을 짓고 있고.



아, 혼나는 중이구나. 근데 왜 하필 '키스'...?



눈치 빠른 분은 알겠지만, 여기서 '키스'는 실제로 쓰이는 업무 단어다. 



혼낼 때 쓰는 단언가? 차라리 욕을 하지 헷갈리게... 도대체 왜 키스세례를 퍼붓는 걸까.



오늘은 기획을 업으로 삼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책 <기획은 2형식이다>에 대한 이야기를 풀려고 한다.





단언컨대 기획의 고수와 중수는 키스 실력으로 결정된다.



비범한 기획과 평범한 기획

기획의 고수와 기획의 중수



그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스펙? 학력? 지능? 재능? 경험? 차이일까?

아니면 창의력, 논리력, 분석력, 표현력의 차이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요소로 보긴 힘들다.



그렇다면 무엇이 결정적인 요소일까?

바로, 키스의 실력이다.



설마 그.. 혀 섞는 키스?

물론 아니다. 키스의 뜻은 아래와 같다.



KISS: Keep It Simple, Stupid
비즈니스 조어로서, '멍청아, 좀 심플하게 기획하란 말이야.' 정도의 의미



여기서 핵심 단어가 보이는가?

기획의 실력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는 딱 하나!



단순함: Simplicity



왜? 초보를 제외하더라도, 

고수와 중수의 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수의 기획은

일목요연하다. 심플하고 명쾌하다. 쉽다. 군더더기가 없다. 재미가 있다. 울림이 있다.



중수의 기획은

장황하다.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어렵다. 군더더기가 많다. 재미가 없다. 울림이 없다.



혹시 여기서 '단순함'을 그저 '짧게 써라' 또는 '간략하게 구성해라' 정도 이해했는가?

아니다. 그저 물리적 요약으로 이해했다면 둔한 바보다.



알기 쉽게 다시 말하겠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다.
"Brevity is soul of wit.": 간결함은 지혜의 정수다.



대충 명언으로 때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더 줄이겠다.



단순함(Simplicity)은 전체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로움
복잡함(Comlpexity)은 표면의 '현상'에서 겉도는 어리석음



즉, 기획의 고수는 단순 명료하면서 완성도 높은 기획안을 낳는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이다.



그게 바로 '키스:KISS'다.



그렇다면 단순한 기획은 어떻게 하는 걸까?



이번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현상은 복잡하고 본질은 단순하다."



현상에 머무르지 말고 그 이면의 본질을 추구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현상은 '정보'를 의미한다.

정보: 팩트, 이슈, 사건, 동향, 조사, 여론, 통계, 자료, 관찰, 추세, 추이, 의견, 이론, 지식, 지시, 정치, 관계 등 눈으로 확인 가능한 각종 현상을 통칭해서 '정보'라 부른다.



피부로 느낄 거다. 요즘은 정말 정보가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있다. 유튜브, 인스타, 뉴스레터 같은 채널만 봐도 정보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그 양도 끊임없이 범람한다. 



이러니, 이 속에 가려진 '본질'을 찾기가 더더욱 어렵지.



하지만 기획의 고수는 이런 와중에도 본질을 잘 찾아낸다. 현상 속에 가려져 깊숙이 처박힌 본질을 기어코 끄집어낸다. 정보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우리는 이런 능력을 이렇게 부른다.

통찰력: Insight



즉 기획의 고수는 통찰력으로 정보를 다룬다. 기획 프로세스나 데이터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분량 채우기 급급해 이것저것 덧입히는 게 아니라 본질만 남기고 다 버린다. 그러니 '심플'한 기획이 나올 수밖에.



스티브 잡스가 또 말한다.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 버리기 위해선 처음으로 돌아가라. 원점에서 대상을 다시 바라보라."



그렇다면 기획에서의 원점은 뭘까? 저자는 말한다. 'ㄱ'으로 돌아가라고. 그러면 이게 남는단다.



기회 + ㄱ



즉 기획은 ㄱ으로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ㄱ'이 뭔지 궁금하겠지만 일단 '기회'가 뭔지 알아야 알 수 있다.



기획의 '획'은 '칼로 그리다'라는 한자어다. 그러면 기획은 '기회를 (칼로 명확하게) 그리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기회를 보고 잡고 만들고 실행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기획이다.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게 아니다. 오히려 유(정보)에서 기회를 보고, 잡고, 그렸을 뿐이다.



스티브 잡스가 또또 말한다. 현인이 맞나 보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진짜 창조적인 게 아니라 무언가를 본 것뿐이다."



기회 +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ㄱ'이 뭔지 알려주겠다. 이 질문에 답만 하면 된다.



기회, 누가 잡냐?



'사람'이다.



기획의 주체도

기획의 객체도

모두 사람이다.



우리가 기획을 하는 이유는 모두 '사람' 때문이다. 사람을 비껴가는 기획은 딱 중수에 머문다. '기획은 이런 프로세스로 짜야해. 거기에 사람을 끼워 맞추자. 데이터가 먼저야. 사람은 나중이고.' 



어리석다. 기회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법인데 말이다. 보여주기 식 기획에 매몰된 채 평생 그렇게 기획해라. 겉핥기 성과만 내게 될 것이다. 키스 더럽게 못한다고 고수에게 꾸지람이나 들어라. (실제 고수는 너에게 관심이 없다. 기획서 밖의 진짜 타겟에게 관심이 있다. 그런데 꾸지람? 완전 천사잖아.)



ㄱ=사람



다시 돌아와서, 아무튼 ㄱ처럼 보이는 비밀코드는 사실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는 기획의 고수가 되려면 바로 이 본질적인 코드 즉 '플래닝 코드: Planning Code'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코드는 간단하다.



P+S



P: 문제 Problem

S: 해결 Solution



기획은 문제를 해결하는 걸 말한다. 그래서 기획은 2형식이다. 우리가 기획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기도 하다.



인간세상에 태어나 기획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

사업, 취업, 연애, 게임 심지어 인생까지 모든 의사결정에서 기획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모든 게 다 기획이다.



조금 어이없을 수도 있다.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처럼 말했으니까. 그러나 위의 코드가 기본이 되지 않으면 키스 실력을 키울 수 없다.



더 이상 뺄 게 없는 게 기획의 본질이자, 벗길 수 없는 마지막 남은 단단한 알맹이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발견하자. 나아가 문제를 새롭게 규정해 보자. 그러면 해결책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게 기획의 고수가 하는 유일한 프로세스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문제의 본질을 잘 찾을 수 있냐고?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는 방법

본질을 새롭게 규정해 속시원히 해결하는 방법



플래닝 코드 P-S를 더 알고 싶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책 #기획은2형식이다 직접 읽어보는 것. (어허, 또 쉽게 얻으려 하다니! 모든 건 순리대로 흘러가는 법이다.)



링크 페이지를 걸려고 했으나, 상업적으로 보일 거 같아서 뺐다. 궁금하다면 직접 서점이나 온라인몰에서 찾으시길 바란다. 






by 짱재윤

역한 세상 격하게 생존하겠습니다.

-

눈띄고 브랜딩 에이전시 CEO

nunddi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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