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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tar tv May 28. 2024

아무도 모르는 방송국 조명감독의 전공?



방송국 조명감독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빛을 조종하는 마법사, 혹은 무대 뒤에서 숨어 있는 숨은 영웅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화면 속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빛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방송국 조명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전공이 필요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송국 조명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미술이나 디자인, 영화학과 같은 예술 관련 전공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규직 기준으로 전자공학과 같은 이공계 전공 출신이 100%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방송국 조명감독의 업무가 단순히 예술적인 감각만으로는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명감독은 다양한 조명 장비를 숙련되게 다루고, 카메라와의 조화를 맞추고, 촬영 환경에 맞는 조명을 설치하는 등 섬세한 기술적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방송 장비의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방송국에서는 전자공학과 같은 이공계 전공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전기 및 전자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술적 감각과 창의성 또한 중요하지만, 이는 경험을 통해 쌓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욱더 현실적인 이유는 지상파 3사 kbs mbc sbs에서 실시하는 공개채용 과정에 있습니다.  공개채용 분야는 아나운서, 기자, 피디, 행정, 카메라, 방송기술 등입니다. 여기서 방송기술 직군을 선택하면 전자공학 관련 전공시험을 치르는 게 주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전자공학 졸업생들이 90% 이상 입사합니다. 저는 2000년 입사 당시 무설설비기사, 정보통신설비기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서 필기시험에 15분 늦게 도착해 시험을 치렀는데도 편안하게 시간 내에 모두 풀고 합격했었습니다.  


방송기술 직군으로 입사하면 영상, TV음향, 라디오음향, 조명, 편집, 색보정, 송신, 송출, 기술감독, 중계, 연구소 등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됩니다. 입사를 하자마자 위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마다 약 2-3일간을 돌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합니다. 조명부서에 있을 때 <음악중심> 리허설을 하는 여의도 공개홀 스튜디오에서 조명의 빛이 내 눈을 훑고 지나가는데 너무나 벅차오르고 황홀함에 빠져서 바로 조명파트를 선택하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인기 있는 부서는 영상파트이며 엘리트 공채출신 선배들이 즐비했으며 후배들을 잘 챙겼습니다. 그러나 조명파트는 비공채 출신 대선배들이 90% 차지하며 공채선배들과 기싸움과 알력다툼이 다소 있어서 방송기술 인사담당 부장님이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려고 하냐며 만류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신입사원 때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귀여움을 받는 영상파트 입사동기생들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나는 비공채 조명 선배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억울함에 분통 터지고 많이 울었으며 낡고 오래된 관습을 탈피하고자 비공채 선배들과 싸우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노력 끝에  2016년 방송대상 최연소 조명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명지전문대에서 2년 전부터 강의를 시작했으며 MBC아카데미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MBTI를 검사하며 ISFP가 나와 예술업무를 추천했을 때 거짓 검사라며 버려졌던 기억이 제 인생에 딱 들어맞고 있습니다. 이런 글귀가 생각이 나네요. <취업할 때는 IQ, 승진할 때는 EQ> 즉, 수학을 잘해 전자공학 능력으로  입사했으며 감정이 풍부해서 조명업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네요. 그래서, 지금도 피디들이 가장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조명감독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홍대 자율전공입학 전자전기공학부 졸업한 여학생이 MBC에 입사하여 조명파트에서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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