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엽서를 부치며
모든 엽서를 다 쓰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가을바람을 따라 구름이 어느 때보다 빨리 흘러간다.
무턱대고 오십 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결심한 날은 녹음이 짙은 한여름이었다. 그날 밤 친한 친구 부부와 술을 한잔했고, 우리는 차례를 돌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하였다. 그 노래를 듣던 시절의 ‘나’를 안주 삼아 우리는 긴긴 여름밤을 쉬이 놓아주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내 삶의 주크박스를 만드느라 끝끝내 잠들지 못하였고, 그것을 토대로 오십 편의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모스크바에 사는 서른다섯의 나는 첫 번째 글을 쓰는 순간, 개천 앞집에 사는 일곱의 나로 돌아갔다. 하루하루 엽서 속 내가 성장하는 것처럼 나는 한 발짝씩 이곳의 내게로 걸어왔다. 지난날의 내가 되어 밤 깊도록 뛰어놀고, 이별하고 사랑하며 흔들렸다가 달려가고, 포기하였으나 다시 일어났고, 울고 웃었다. 글에서조차 이십대가 끝난 날에는 또다시 청춘이 과거가 되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에 종일 글을 쓰지 않아 마감을 놓치기도 했다. 사랑하는 친구와 작별하고, 후회스러운 선택을 바꾸지 못한 날에는 온종일 시무룩했다. 설레는 감정을 다시는 못 느낄 것만 같았던 감정이 샘솟는 날에는 온종일 남편의 퇴근만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게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게 한 걸음씩 다가올수록 나는 뒷걸음질치고 싶었다. 이따금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음 글을 쓰고 나면 그 사이 글 속의 내가 한 뼘 커버린 바람에 이전의 글을 마저 쓸 수 없어 괴로웠다. 삼십오 년의 시간이 무심코 나를 이곳에 놓아두었고, 여름밤 공기의 수상함이 나를 다시 아이로 만들었고, 가을볕에 영글었고, 소슬한 가을바람이 나를 다시 이곳에 데려다 주었다. 매일 새벽 많이 울었다.
나의 엽서를 기다리는 이들이 함께여서 행복했다. 나의 작은 글방이 마감을 독촉하는 이들의 깊은 밤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온돌방이 되었다. 매일 장작을 패느라 고되기도 했지만, 온돌방의 불이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는 것을 보며 즐거웠다. 나와 함께 추억여행을 해준, 지금도 마지막 글을 섭섭한 마음으로 읽어주는 바로 당신들, 정말 고마웠어요. 매일 토해내는 긴긴 글을 항상 호로록 맛있게 먹어준 당신들이 있어서 프로젝트를 잘 끝낼 수 있었어요.
또다시 이러한 프로젝트 글을 써보겠느냐 누군가 제의한다면,
나는 또다시,
예스!
정말 고마웠어요. 나의 우체통이 되어준 그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