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돌 아이와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 1
우리팀의 암묵적인 여름휴가 맥시멈 연차갯수는 5개다. 앞뒤 주말을 붙이면 총 9일. 사회초년생때는 그 9일을 이용해 유럽에 갔다. 오고가며 비행기에서 꼬박 이틀이 빠지는데도 부득불 갔다. 대학생때 한달짜리 여행 못 해본게 아쉬워서 그랬을것이다. 체력도 마음도 다 괜찮았을 시기다. 하루 3만보를 걸어도, 밤늦게까지 와인을 마셔도, 다음날 아침 7시 바티칸 투어 약속장소에 나갈 수 있었던 20대였다.
결혼 후에는 편도 4시간 정도로 합의봤다. 이제 둘이서 일정을 맞춰야했다. 내가 되면 그가 안 되고, 그가 되면 내가 안 됐다. 그 사이의 타결점이 동남아와 홍콩이었다. 신나게 먹고 신나게 놀고 신나게 쓰고. 0.5박을 위한 15000원짜리 허름한 호텔도 괜찮았을 시기다. 혼자였을때보다는 거추장스러웠지만, 둘만 맞추면 될일이었다.
코로나를 거치고 우리에겐 멤버 한 명이 더 생겼다. 피곤함이 먼저였을까, 해외여행에 감흥이 떨어진다. 비행기표 호텔을 알아보고 최저가를 찾아보고 시간대에 맞는 여행지를 찾고 맛집을 찾는게 버겁다. 계획해서 어그러질바에야 차라리 계획하지 않음을 선택하는 나는 엠비티아이 J 가 맞는가. J는 계획형이 아닌 통제형이다. 통제에서 벗어나는 순간 스트레스가 만땅이다. 그러면서도 일단 구글지도에 하트마크는 빼곡한, J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한 제주가 좋았다. 계획이랄게 없었다. 좋았다기보단 편했다. 말도 다 통했다. 이틀은 저가호텔, 이틀은 호캉스. 비행시간 1시간. 그럼에도 종종 뿔이났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순간이 오름처럼 솟았다. 이유는 아이일때도 있었고 남편일때도 있었다. 해결은 거진 아이가 했다. 작은 몸으로 나를 안았다. 사르르 풀렸다. 그만큼 컸다. 많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