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디짱 Sep 25. 2024

맛집 줄은 못 서지만, 오히려 좋아!

세 돌 아이와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 3

작년 여름휴가에서 제일 아쉬웠던게 음식이다. 나흘동안 제대로 '식사'를 한 건, 혼자 먹은 오마카세 뿐이다. 하물며 조식도 못 먹었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건 조식 아닙니까? 나는 호텔 1층에서 우동을 먹거나 폭우가 쏟아져 호텔 옆 건물에서 쿠시카츠를 먹거나 쇼핑몰에서 허겁지겁 초밥을 먹거나 하는것에 불만은 없었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건 먹는거 아닙니까? ㅋㅋㅋ 제가 유럽에서도 박물관은 안봐도 레스또랑은 야무지게 챙긴 사람이라고요.


이번 제주도행에서는 조식도 야무지게, 맛집도 야무지게, 오마카세도 야무지게 먹기로 다짐했다. 줄 서는 맛집에 못 가서 서글펐지만 사실 이제 나도 줄 서는 맛집은 부담스럽다. 참고로 10년 전에 명진전복 한시간 반 기다려 혼자 먹은 사람이 나다.ㅋㅋㅋ 그때의 열정, 이제는 없다.


심히 공들인 곳은 바로 <이노찌>다. 원래는 전농로에 자리했었는데, 지금은 애월로 옮기셨다. 처음엔 아기때문에 나랑 남편 1명씩 교대로 예약했다(일본에서도 그랬다). 예약할때 왜 그렇게 하시는지 물어보셔서 아기때문이라고 하니 전혀 그럴필요 없다며 아기도 데려와도 된다고 하셨다. 업장에도, 다른 손님께도 민폐라 생각해서 그리했다했는데 많이 배려해주셨다. 원 셰프 투 다찌 설계로 이쪽 저쪽 초밥을 쥐어주셨다. 가격을 내리셔서 의아했는데 지금까지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오래전부터 기획하셨다고.


고고다이노와 함께 할 수 있는 오마카세라니 ㅠㅠ 쉐프님께 다시한번 압도적 감사!
남편이 이고지고 온 사케 라인업 중 한 병 다시 사오세욤 ㅋㅋ 
명불허전 갈치초밥, 이노찌의 시그니처
이거 하나 먹으면 앞에꺼 싹 다 깨끗하게 입 정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5년 만에 찾은 이노찌와 셰프님의 알현 그 자체가 너무 반가웠다. 음식엔 추억도 담기는 법이라 내 콩깍지가 씌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내 기준에는 양도 알맞고 맛도 최고다. 가격을 내렸음에도 나오는 초밥의 면면들을 보면 이 가격에 이 초밥이 나올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셰프님의 시그니처!! 그런데 또 시그니처!! 또또 시그니처!!! 평범한 거 하나없이 시그니처  초밥들만 내리 나온다. 그래서 원래 킼초밥이었던 갈치초밥이 (좋은 의미로) 살짝 죽는 느낌. 청어계란초밥, 가지전복초밥, 우니참치초밥 어느하나 킥이 아닌것이 없다. 마지막 부추시소초밥 먹으면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느낌. ㅋㅋㅋ 여전히 친절한 접객과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꼬마숙녀가 된 자제분까지. 제주 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제주에서 꼭 향토음식을 먹으라는 법은 없지만 또 안 먹고 넘어가면 아쉽다. 전통의 노포 대신 힙함으로 점철한 곳을 남편이 찾아왔다. 삼성혈 앞 <천하제일 오라방>이다. 재주껏 제주것을 알리다 라는 캐치프라이즈가 강렬했다. 고기국수와 몸국을 시켰다. 시키고 보니 다른 테이블엔 다 매운 고기국수가 올라와 있다. 아. 실수했네.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모습이 설거지 하는 직원과 그 소리라 비위가 상했다(나란 뇨자 알고보면 비위가 약한 뇨잨ㅋ). 돼지 돼지함이 가득, 터프한 국물은 나에겐 좀 과했다. 그와중에 고기국수와 몸국이 같은 베이스라 질렸다. 제주 내리자마자 첫 끼였는데 사실 소주궤짝을 재활용한 의자부터가 맘에 안 들었다(나란 뇨자 알고보면 굉장히 까다로운 뇨잨ㅋㅋ). 역시 관록의 노포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힙한 음식의 힙한 식당에 가기로 했다. 이것도 남편이 찾아왔다. 전날 호텔서 사케를 들이부어 술병이 났는데 구불구불 어디까지 가는것인지. 어지러워 아예 뒷좌석에 누워서 실려갔다. 아시아 음식을 파는 <머그라이>다. 원래 놀러오면 2인3접시 아인교. 도저히 속이 안좋아서 못먹겠는 상태에서 "먹으면서 내린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건하게 주문해본다. 마파두부, 탄탄면, 닭고기요리. 와, 신기하다. 익숙한 맛을 좋아하는 나도 새로 맛보는 생경한 美米에 또 눈이 떠진다. 아기는 이미 마파두부에 딸려나온 계란볶음밥에 심취해 코를 박고 먹고있다. 부산에 있었다면 한달에 한번은 들리고픈 식당. 만족스런 식사 뒤 마을을 돌아본다. 조용한 마을, 소담한 풍경에 마음이 편하다. 걷다가 만난 <다과상점> 카페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노키즈존이다. 웰컴펫존이기도 하다. 환영받지 못하는 아기가 있는 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나조차도 혼자일땐 노키즈존을 찾는 이기적인 인간이니.


부산에 분점내실 생각 없나요 맛잇엇던 이름모를 닭고기와 탄탄멘
풍경도 멋지고 식당도 멋지고
동네도 멋지고 진씨들도 귀엽고


추억의 <리치망고> 주스, 새로 먹어본 <망고홀릭> 망고빙수, 현지인 맛집 <금복촌>, 급 검색했지만 성공했던 <연돈가>, 팔뚝만한 <다가미김밥>, 여행 내내 잘 먹은 <용꽈배기>까지. 못 가봐서 아쉬운 <김희선몸국> 남편과 의견이 일치 안 된 <한라식당> 옥돔뭇국, <대우정> 전복솥밥, 이노찌 쉐프님이 추천해주신 정식 <자미정>은 다음을 기약한다. 제주, 오랜만에 오니 조오타! 아주 조오타! 매우 조오타!!!!!!


한 병 다 먹을줄은 상상도 못한 전개 ㅋㅋㅋ 너무맛잇지 ㅋㅋㅋ 추억의 맛 리치망고 10년전 그자리 그대로
눈이 번쩍 떠진 신선로 망고빙수 ㅋㅋ 우리가 3인이 맞긴 한데 과했나 싶으면서도 다먹은 우리가족
매거진의 이전글 관광지는 못 가지만, 오히려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