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함께하는 후쿠오카 2
비행기 표를 싸게 구했다. 인당 왕복 25만 원 선이었다. 아기는 22개월. 무료다. 세금 쪼끔 낸다. 하지만 원래 싼 게 비지떡이다. 출발이 아침 9시였다. 러시아워를 피하려면 평소보다 더 일찍 나서야 한다. 아기와 함께라 모바일 체크인도 안 된다. 역순으로 계산해 늦어도 7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나는 역시 파워 J다. 새벽 5시 반에 눈이 번쩍 떠졌다. 우리는 굶어도 아기는 굶으면 안 되지. 점심때 먹일 볶음밥을 만든다. 후쿠오카에도 밥은 있겠지만. 나는 역시 파워 J다. 준비해야 편하다. 아침은 뭘 맥이지. 전날 사놓은 카스테라가 보인다. 우유와 꿀떡꿀떡 잘도 먹는다. 오구오구 내 새끼.
우리 집에서 공항까지 밀리는 구간은 딱 한 군데다. 만덕터널이다. 그래도 아는 길이 제일 쉽다. 캐리어에 유모차에 한 짐이다. 남편이 운전한다. 티맵 맹신자. 만덕터널이 아닌 시내로 향한다. 나는 묻는다. 이 길이 더 빠르다고? 몰라. 티맵이 시키는 대로 가는 건데. 쎄하다. 티맵은 1분만 빨라도 그 길로 인도한다. 나는 티맵을 믿지 않는다. 이 길은 동서고가로 향하는 길이다. 만덕터널이 커피면 동서고가는 티오피다. 부산에서 제일 막히는 길이다. 티맵을 맹신하는 자여, 언젠가는 한번 크게 데이리. 하지만 그게 오늘이길 바라진 않으리. 그렇게 달리던 우리는 동서고가의 입구에서 할 말을 잃는다.
그 곳은 부산 최고의 병목 구간이었다. 얼마나 밀렸으면 기사까지 났을까. 마음이 너무 바쁘다. 빨리 가야 하는데. 끼어들기에 익숙한 붓싼아재들에게 우리의 존재는 없다. 그럼에도 눈치게임의 패자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가야 한다. 카시트의 아기는 계속 보챈다. 너도 짜증이 나지? 나도 짜증이 난다. 만덕으로 갔으면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속으로 짜증을 삭인다. 여행의 시작부터 싸울 수 없다.
저 멀리 김해공항 표지판이 보인다. 아기는 카시트를 탈출했다. 계속 짜증을 낸다. 잠을 덜 잤나? 이렇게 까지 우는 애는 아닌데? 우웩. 우에에엑. 우웨에에에엑. 차가 공항에 선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간다고 아기는 새 꼬까옷을 입었다. 나는 짐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며 이 옷 하나 입고 왔다. 토를 뒤집어쓴 母子가 김해공항 국제선 탑승장에 내렸다. 카스테라와 우유가 섞인 냄새는 어찌나 역한지.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후쿠오카 여행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