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두 번째 여행
10년만에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사실 계획하고 간 여행은 아니였고, 급하게 리조트를 공짜로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하루만에 급 결정하고 간 여행이였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어가는데 생각해보니 여행은 두 번째 였다. 20살 때 이후로 두 번째 여행.
20살 때부터 모두 자취생활을 해서인지, 딱히 여행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놀고 싶을 땐 늘 누군가 집에서 하룻밤 이틀밤을 보냈다. 특히나 우리 4명 모두 동해에 집이 있다 보니 여름에는 자연스레 각자 집에 가는게 휴가였고, 그게 그냥 여행 이였다. 늘 그렇게 지내다 보니 같이 자고, 놀고, 먹는 여행의 판타지가 없었고 일상생활에서 늘 그렇게 지내왔다.
그러다 급하게 속초에 가게 됐고, 10년만에 여행이라 들뜨고 설렜다. 친구 한명이 운전을 했고, 우리는 90년대 음악을 들으며 속초 바닷가를 신나게 돌아다녔다. 넘나 신기방기하게도 우린 듣는 음악마다 모두가 가사를 외우고 있었고, 심지어는 안무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소오름.
유명하다는 만석닭강정을 시장으로 중앙시장에 파는 수수 부꾸미, 왕새우 튀김 등 갖가지 시장 음식과 캔맥주를 사서 새벽 2시까지 먹고 떠들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친해졌을까, 우리나이가 벌써 서른이라니…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시덥지 않은 이야기로 사춘기 소녀 마냥 깔깔 대고 웃다 지쳐서 다같이 잠들었다.
개인적으로 속초 중앙시장 음식은 별로였다. 순살인 줄 알았던 닭강정은…뼈가 있어서 먹기 불편했고 튀김도 너무 딱딱했다. 우린 모두 맥주가 제일 맛있다며.. 안주 없이 맥주만 먹었다.
다음날, 속초에서 유명하다는 아바이 순대를 먹고 늘 그랬듯 까페를 찾아 돌아 다녔다. 아바이 순대는 찐득한 해물동그랑땡 맛이랄까. 맛있었다. 다음에 속초를 한 번 더 가게 된다면 아바이 순대 또 먹으의리….
그리고 찾아간 글라스하우스. 컨테이너 박스와 흰 천, 그리고 큰 창문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보기만해도 시원하고 깔끔했다. 까페에서 창문 너머 보이는 천진 해변 바다도 햇빛에 비쳐서 반짝반짝 아름다웠다. 아메리카노도 굿!
일요일 4시쯤, 우린 각자 집으로 돌아갔고 7월의 두번째 주말은 그렇게 끝났다.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가끔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의 다른 일상은 지금 우리를 더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또 다른 일상 또는 일탈을 꿈꾸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친해졌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이 참 행복하구나.
나는 말이 많고, 너는 말이 없고, 그리고 또 너는 내성적인데 우린 이렇게도 다른데 이렇게 서로 다름을 받아들일 정도로 우리의 관계가 성숙하구나
늙어 꼬부랑 할머니가 될때까지 딱 지금처럼만 서로에게 힘이 돼면 좋겠다
2016년 7월 9일 속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