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그리고 로마
29살되던 해, 친구와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 첫 유럽여행이라 들뜨고 설렜다. 운이 좋게도 휴가를 길게 쓸 수 있어서 약 9일정도 여행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사이라, 여행가서 괜히 서로 맞지 않으면 어쩌나.. 뭐 이런 생각들은 애초부터 없었다. 분명 우린 싸울꺼야, 근데 잘 푸니까 상관없어. 라는 마인드로 시작한 첫 유럽여행.
#1. 밀라노
늦은 밤 10시쯤 도착한 밀라노는 누가 봐도 콧대 높은 도시였다.
지나가는 행인 조차 모델 인냥 착각할만큼 개성있는 옷과 마스크. 지나 가는
사람들 사진 한 장 못 찍은 건 정말 후회가 된다.
두우모는 웅장하고, 주변 건물들은 세련미가 넘친다.
심지어 개성이 너무 강해, 난 그 사람이 연예인인줄 착각할 정도였다. 아, 이게 바로 스트릿 패션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도시
날씨는 살짝 쌀쌀한 수준인데, 사람들이 검정색 부추를 신고 있다. 심지어 흰 반팔티를 입고 검정색 가죽 스키니를 신은 할머니도 보인다. 누구를 봐도 스트릿 패션모델이다. 나도 빨간 하이힐이라도 신을 걸 그랬나보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니라 자신삼이고 자세다
2015년 5월 밀라노에서
#2. 로마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도시. 서양 역사의 화려함을 그대로 보존한 도시가 아닐까 싶다.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크고 거대해서 나도 모르게 와… 입이 쩍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로마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했다. 책에서만 봤던 콜로세움. 영화 <로마의 휴일> 에 나온 스페인 광장, 그리고 진실의 입. 로마를 돌아다니면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큰 관광도시 느낌이 강했고, 몇 번 웅장한 건물을 보고나니 주변 다른 경관을 봐도 큰 감흥은 없었다. 무엇보다 소매치기가 많아서 늘 긴장하며 다녔었다.
와 내가 로마에 오다니! 여기가 로마라니 호놀롤루루룰
여긴 어딜 돌아다녀도 다 유적지구나밀라노와는 다르게 키 작고 배 나온 아저씨들이 많네 이런
로마 사람들은 조상을 참 잘 둔거 같다. 자원이 없어도 관광으로만 충분히 먹고 살수 있을것만 같다. 정말 대단한 도시다.
2015년 5월 로마 떼르미니 역에서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친구와의 여행은 너무 즐거웠다.
만약 혼자 갔더라면 외롭고 무서웠을 텐데 익숙한 친구가 늘 옆에 있어 고맙고 든든했다.
가끔 길을 해매다 의견이 안맞을 때도 있었고, 서로 피곤함의 강도가 달라 싸울뻔한 때도 있었지만 늘 그랬듯, 각자 감정을 존중했다.
다음날 아침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깔깔 거리며 이국적인 풍경들을 보며 함께 온몸으로 감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