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식스냅
10월 22일.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벌써 결혼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나에게는 올 것 같지 않던 결혼이란 큰 이벤트를 마치고 지금은 또 다른 현실에 살고 있다.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행복하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졌던 엄청난 판타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안정적이고 더 여유롭다. 혼자 살 때 와는 다른 따뜻한 집. 늘 풍족한 과일과 음식. 집 안 곳곳 나의 흔적이 묻어있는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들. 그리고 조잘조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남편이자 친구가 함께 있다는 것. 이런 게 바로 행복이구나, 늘 감사하며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본식 스냅을 받았다. 결혼을 준비하기 전에는 단 하루의 이벤트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하루가 끝나고 나니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가 아니면 그런 사진도, 사치도 한 번 부리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본식 스냅은 그 날을 아름답게 포장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만족스럽게 나왔다. 보통, 신부들은 결혼식 전 신부대기실에 앉아있기 때문에 바깥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몇 백장의 사진을 보며 그 날의 분위기를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었다. 내가 입장할 때 어떤 표정 이였는지, 우리 엄마 아빠는 어땠었는지, 결혼식의 분위기는 좋았었는지…
그리고 사진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결혼식 분위기. 너무 딱딱하지 않고 적당히 조용하면서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문사회자 보다는 오랫동안 서방과 친했던 친구가 결혼식 사회를 봐 줬고, 딱딱한 주례사 대신 양가 아빠들이 의미있는 편지를 읽어주셨다. 그때는 아빠들이 편지를 읽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감사한 일이였다.
결혼식 당일에는 울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빠 편지를 들으면서도 눈물을 꾹 참고 방긋방긋 웃었다. 신혼여행까지 모든 결혼 이벤트가 끝나고서야 침대에서 펑펑 울었었다. 지금도 아빠 편지를 떠올릴때마다 눈물이 난다. 아빠에게 난 영원히 철 없는 딸, 애인이자 친구로 남고 싶다.
사랑하는 딸아
어렸을 적 아장아장 걷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집을 간다니 세월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제 딸은 친구이자, 애인 같이 늘 옆에서 힘이 되어주었던 고마운 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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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늘 제 뒤에서 저를 믿고 묵묵히 따라와준 저의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