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꿈, 목표
20년전 쯤, 나는 아나운서도 되고 싶었고 변호사도 되고 싶었다. 그게 내 꿈 이였다. 그러다 언제쯤 부터 인가 기자가 되는 게 꽤 오랫동안 내 꿈이였다.
어렸을 때에는 모두가 꿈이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담임선생님은 모두에게 장래 희망 또는 꿈을 적어 내라고 하셨다.
시간이 흘러, 사춘기가 올때 쯤 부터는 아무도 나에게 꿈을 물어보지 않았다. 모의 고사 성적을 물어보고 등수를 물어보고 가고 싶은 대학을 물어봤다. 그때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는 게 꿈이였다. 정확히 말하면 목표였다.
그리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은 무서울만큼 자유로웠다.
학교가 싫으면 가지 않아도 되고, 어느 누구도 복장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다. 그렇게 20살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자유와 책임감은 아무도 가르쳐준 적이 없었고, 연습할 시간도 없었다. 그냥 부딪치고 적응해갔다.
어영부영 하다보니 어느새 20대 중반이 되었고, 목표가 생겼다.
취업
아침 일찍 토익 학원에 가서 몇 시간씩 같은 문제를 듣고, 풀었다. 심지어는 문제를 읽지도 않고 답을 맞추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몇 달을 공부하고 얻은 토익점수는 곧, 나의 이력서의 한줄이 되었다. 이력서의 한 줄, 두 줄을 만들기 위해 인턴, 계약직을 전전 긍긍했고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았다. 신입 입사지원서를 쓰면서도, 신입이 아님을 강조했다
수십번의 입사지원서를 내면, 한 두번의 인터뷰 기회가 생겼다. 포기하고 싶을 때쯤, 그렇게도 원했던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어느새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회사 생활은 녹록치 않았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직장생활은 자유가 없었다. 대신 돈과 책임감이 존재했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시간도 없었다. 내 생활의 많은 것들은 돈에 가려져 빛을 내기 어려웠다.
그리고 꿈도, 목표도 없이 달리기만 했던 내 생활이 조금씩 지겨워졌고, 지쳐갔다.
꿈 꾸고 싶다
막연하지만, 갑작스럽게 꿈을 갖고 싶었다. 나만의 꿈을 갖고 싶었다. 회사의 목표가 아닌, 누군가의 아내로서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터무니 없을 수도 있고,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꿈이라도 괜찮다.
꿈이 있었을때에는,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괜찮은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나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꿈을 이뤘다.
지금 나는 꿈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를 돌아보고 싶다. 꿈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