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꼰대일까
나도 벌써 회사 생활 8년차로 접어들었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은 나를 대리님이라고 불러주고, OO님이라고 불러주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님문화가 일반적이지만, 대리님이 편하다면서 그렇게 불러주는 친구들도 있다.
처음에는 OO님이라고 불러달라고 했지만, 쉽게 OO님으로 부르지는 못하는것 같았다. OO님이라는 표현이 어색하다기 보다 대리님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고 했다. 그 말에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냥 편하게 부르라고 했다. 나도 아직까지 인턴때 만났던 상사를 대리님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뭐 할말 없다.
가끔, 아니 자주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티타임하자고 하면, 그래도 공식적으로 쉴 시간이 생길 수 있으니까 꽤 자주 티타임을 하자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했던 그 말이, 친구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티타임 하면서 드라마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 잡다한 이야기를 하며 나름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히려 그 시간에 혼자 컴퓨터로 쇼핑을 한다거나, 다른 걸 하는게 좋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옛날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친구들과 내가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나이차가 많지는 않다. 나 그때는..., 나 신입사원때는...., 지금 생각해보니 전형적인 꼰대 말투인것 같다. 마음속으로는 그 친구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더 잘했으면 좋을 것 같은 마음으로 대했는데 일방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만 편하고, 상대방은 불편한 관계까 최악인데.. 혹시나 내가 그런 상사? 꼰대가 될까봐 무섭다. 지금부터라도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해야겠다. 뭐든 적당함을 유지하는게 제일 어려운데, 그 중에서도 사람관계에서 적당함을 잘 유지하는 게 제일 어렵다. 나도 상처받지 않으면서, 친구들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 딱 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당장 내일부터 쓸데없는 관심은 자제해야겠다. 주말에 뭐했어?, 어제 뭐했어? 이런 식상한 대화부터 얼른 끊어내야겠다. 입보다는 귀를 더 많이 쫑긋 세워야겠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그게 내가 살아가는 생활방식이고 내 성격이다. 착한척도 아니고, 쿨한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괜찮은 사람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