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 로컬푸드매장에서는 주로 채소류, 그중에서도 쌈채소를 사고, 조금 허름하지만 가격은 너무나 저렴한 과일채소상회에서는 그때그때 상품 상태와 가격을 보고 사는 편이다. 날씨가 좋을 때만 장사하는 노상에서는 과일을 주로 산다.
요 며칠 비가 와서 장 보러 못 나가다가 오늘은 장을 좀 봐야 될 것 같아서 큰 마음먹고 현금까지 챙겨서 집을 나섰다.
제일 먼저 들른 하나로마트 로컬푸드매장에서 깐 쪽파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가격도 너무 착하고 손질도 다 되어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쌈채소만 조금 사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쌈채소 대신 깐 쪽파만 6봉지씩이나 사버렸다.
사실 최근에 쪽파김치를 담갔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어떤 음식과도 다 잘 어울려서 매 끼니를 쪽파김치와 먹었다. 나도 나지만 남편이 더 좋아해서 담근 지 며칠 안되어서 금방 다 먹어버렸다.그래서 하나로마트 로컬푸드매장에 갈 때마다 깐 쪽파 가격을 확인하곤 했었다. 저렴해지면 살 생각으로 말이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세일을 해주니, 나로서는 정말 득템한 셈이다.
쪽파김치는 사실 담그기는 너무 쉽다. 정확히 말해서 손질 다 되어있는 깐 쪽파로 김치 담그는 건 정말 쉽다. 손질 안된 안깐쪽파는 누가 공짜로 줘도 받기 싫을 정도로 하기가 싫고 번거로워서 이제는 조금 비싸더라도 깐 쪽파만 산다.
난 집으로 오자마자, 장 본 것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곧바로 손을 씻고는 냉동실에 있는 찹쌀가루를 냄비에 한 주걱 넣고 물을 넣어 가스불을 켜서 저었다.
김치 담글 때 찹쌀풀은 필수고 또 식혀야 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만들어놔야 된다. 찹쌀가루 덩어리가 잘 풀어지도록, 그리고 냄비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계속계속 잘 저어줘야 된다.
덩어리 진 것도 없고 걸쭉해졌으면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히게 둔다.
그러고 나서 쪽파김치 담글 큰 대야랑 물기 뺄 채반도 준비한다. 큰 대야에 먹을 크기로 썬 쪽파를 담고, 물로 3번 정도 씻어준다. 손질된 쪽파라 3번 정도 씻으면 충분하다.
큰 채반에서 물기 빠질 동안, 김치양념을 준비한다.
양념재료는 고춧가루, 멸치액젓, 새우젓, 설탕, 매실액, 찹쌀풀이다.
사실 새우젓이랑 매실액은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
고춧가루, 액젓, 설탕, 찹쌀풀 이렇게 4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쪽파김치를 만들 수 있다.
골고루 양념 섞은 다음, 물기 뺀 쪽파를 넣어 설렁설렁 버무려주면 진짜 끝, 완성이다.
난 요리할 때 양념은 몇 그램? 또는 몇 숟가락? 이런 계량은 잘하지 못한다. 숫자 쪽이 약하기도 하지만 어렵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이라 웬만해선 그냥 요리의 모든 양념비율을 1:1로 하는 편이다. 단순하고 간단한 게 좋다.
너무 달면 소금 또는 간장을 한 숟가락 더 넣으면 되고, 반대로 너무 짜면 설탕 또는 꿀 또는 물엿을 한 숟가락 더 넣으면 되니까.
김치양념도 큰 주걱으로 1:1 비율로 하는데, 김치는 달면 안 되기 때문에 양념 맛을 봐가면서 단맛은 감칠맛 낼 정도로만 소량 넣어준다.그리고 김치양념은 많으면 통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쓰면 되기 때문에 넉넉하게 만들면 된다.
보통 김치 담근다고 하면 주변에서 깜짝 놀란다.
그 어렵고 힘들고 손 많이 가는 걸 어떻게 하냐며 대단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쪽파김치는 요리초보자도 금방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정말 쉽다. 단, 손질된 깐 쪽파이어야 한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