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다른 반찬은 못해줘도 멸치볶음이랑 진미채무침은 꼭 해줬거든~ 멸치볶음 해주면 애들 키도 크고 뼈도 튼튼해질 것 같아서 좋을 것 같아."
우리 집 장신(長身)인 남편이 얘기하니, 단신(短身)인 나로서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가수 성시경도 김 자주 먹고 키 컸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마침 집 냉동실에 엄마가 주신 멸치들이 있었기에, 날 잡아 멸치볶음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밑반찬 먹는 사람이 없어서 밑반찬을 잘 만들지는 않지만,냉동실도 비우고 또 오래간만에 멸치볶음도 먹고 싶기에 오늘 한번 만들어봤다.
멸치볶음만큼은 달인인 시어머니께 전수받은(?) 레시피로다가.
준비물은 잔멸치, 아몬드, 식용유, 다진 마늘, 설탕, 맛술, 간장, 물엿, 꿀 등이다.
계량은 숟가락으로 한다.
냉동실에 소분해 놨던 잔멸치 한 봉지인데, 큰 웍에 부어보니 양이 꽤 많았다. 냉동실에 같이 있던 아몬드도 같이 넣어 약불에서 아주 오래 볶아줬다. 조금의 수분도 허락하지 않기에 수분 없는 바삭바삭한 상태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볶았다. (내 생각에는 멸치볶음의 핵심이 바로 이 부분, 마른 멸치 볶아주기라고 생각한다.)
노릇노릇 볶아지고 고소한 냄새가 나면 식용유 한 바퀴 넉넉하게 둘러 볶아준다.
그다음에 다진 마늘 한 숟가락 넣고 볶는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설탕, 맛술, 간장 한 숟가락씩 순서대로 넣고 볶는다.
그리고 멸치볶음에서 제일 중요한(내 기준) 물엿을 크게 한 바퀴 둘러준다.
물엿을 넣었더니 확실히 촉촉해지고 때깔이 곱다.
맛을 살짝 보니 멸치에 짠맛이 강한 것 같아 추가로 꿀 한 숟가락 더 넣었다.
오래간만에 만들었는데 맛을 보고 나니, 없는 식욕도 생긴다.
멸치볶음 만든 김에 오늘 아이들 저녁은 멸치주먹밥이다.
아이 둘 다 맛있다며 잘 먹는다.
금세 다 먹고는 더 없냐며 더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밥이 없네.
쏘리~ 아들아~ 딸아~
오래간만에 먹어서 잘 먹는 건지, 맛있어서 잘 먹는 건지, 아무튼 이렇게 잘 먹는 걸 보니 한동안은 멸치볶음을 기계처럼 계속 만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