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려는 자 vs 안 하려는 자

남편과 아들의 대화

by 밝을 여름


남편이 아들에게 묻는다.


"이제 곧 겨울방학인데, 방학 동안 뭐 하나 배우는 게 좋지 않겠어? 뭐 배우고 싶은 거 없어?"


"없어."


단호한 아들의 대답에도 꿈쩍하지 않고 남편은 또 한 번 묻는다.


"태권도도 좋고, 지금부터 배워도 늦지 않았으니 태권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빠도 태권도 어렸을 때 배웠잖아? 나중에 군대 갔을 때도 도움이 되더라고."


"친구들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 다 검은띠란 말이야. 내가 지금 태권도 시작하면 애들이 분명히 놀릴 거라고. 친구들이 놀리는 거 싫어."


아들의 말에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남편은 차근차근 설명했지만, 대쪽 같은 아들은 절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꼭 태권도 아니어도 돼. 태권도 말고 다른 거 배우고 싶은 거 없어? 뭐든 배우면 좋잖아. 방학을 그냥 보내는 건 좀 아까울 것 같은데?"


"그럼 야구 배울래!"


"야구는 추운 겨울 지나고 봄에 배우고."


"그럼 배드민턴 배울래!"


"배드민턴은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 때 배우잖아."


"탁구는?"


"탁구는 아니고. 중국이기기 쉽지 않아."


어이가 없어 나도 한마디 끼어든다.


"아니~ 무슨 선수시킬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 있나?"


"이왕 배우는 거 나중에 혹시라도 도움 되는 게 좋다는 거지."


남편 말이 우스워 난 한마디 더 덧붙인다.


"그럼 본인은 지금 골프 치는 거, 프로 된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야?"


내 말에 남편도 슬슬 짜증이 나나보다.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아들은 해맑게 또 얘기한다.


"아빠, 그럼 인라인은?"


"에이~~~ 그건 아니고."


양치하다가 순간 헛웃음이 나와, 나도 모르게 뿜을 뻔했다.

뭐 배우고 싶은지 얘기하라고 해놓고, 말하는 족족 다 안 된다고 하니 말이다.


"답정남~ 그냥 정해줘~ 괜히 뭐 하고 싶냐고 물어보지 말고, 본인이 했으면 좋겠는 걸 얘기해~"


"에이~ 여보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애도 그렇게 생각할 거 아니야."


그렇게 남편과 아들의 대화는 어느새 나와 남편의 말싸움으로 번져있었다.


"아니 태권도 꼭 배워야 해? 꼭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애가 배우기 싫다는 데, 굳이 꼭 해야 돼? 하고 싶을 때 그때 하면 되잖아."


"애가 안 하고 싶다고 무조건 안 시키는 게 좋은 게 아니야. 하기 싫어도 학원 다닐만하면 다니는 거지."


"스텝 바이 스텝. 차근차근 하나씩 천천히 하면 돼."


남편과 나의 목소리가 커지니 아들은 겁이 났는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남편을 보며 얘기한다.


"아빠, 나 지금 잘하고 있잖아.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뭘 더 배우라는 거야. 자꾸 이것저것 배우라고 하니까 지금 하는 것도 다 하기 싫어질 것 같아."




우문현답이다.

남편 말에도 공감이 되지만, 아들 말에는 속에서 '와!'하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남편이 좋은 의도로 아들을 위해서 얘기했다는 걸 잘 알지만, 다른 아이들이 다 한다고 해서 꼭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뒤처지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배우라고(시키려고) 하는지, 참...


그렇다고 내 생각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참 어렵고 복잡하다.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하나만 생각하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어떤 기질인지, 그리고 무엇에 관심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말이다.


아들은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아,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마음의 준비가 오래 걸리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게 명확해지면, 곧바로 추진하고 도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아들의 기질과 성향과 성격을 잘 알기에, 난 부모로서 엄마로서 아들을 믿고 기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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