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게임하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있다. 대략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다.
처음에는 내 아이한테만 집중하다 보니 그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무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점점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으며,
한 마디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등굣길에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게임에 몰입 중인 아이들의 모습이 더 어린 친구들(유치원생, 1학년, 2학년)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또 그 아이들의 거북목 미래 인간의 모습, 게임에 몰두하느라 느긋한 걸음걸이로 길막하는 모습 등등 한 마디 할 이유는 많았다.
무엇보다 어른으로서(?) 그냥 방관하며 지나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학교 정문 앞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팻말을 들며 "걸을 땐 휴대폰 NO"하며 캠페인을 많이 하였기에, 나도 용기 내어 그 한 무리 아이들을 향해 최대한 상냥하게 한마디 하였다.
"등굣길에 휴대폰 하지 않아요~~~~"
"..............."
어른 말을 무시할 정도의 나이대는 아니었는데, 이건 뭐지? 싶었다. 내 말을 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더 크고 분명하게 또박또박 얘기했는데, 이번에도 완전 멍멍 무시.
움찔 놀라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그 무리들이 그 순간 섬뜩하기까지 했다.
정말 문제구나,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게임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적어도 규칙은 정하고 했으면 하였다. 해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때 말이다.
그 역할은 당연히 가정에서, 부모가 해야 되는 것인데,
이 무리들의 가정 상황까지는 알 수 없으니 뭐라 말하기는 그렇고.
아무튼 한숨만나왔다.
내가 이런 얘기를 주변 엄마들한테 하니, 다들이런 반응들이었다.
"그 집 부모도 어떻게 못하는 데, 그냥 내버려 둬요."
또는 "남의 집 일이니 관심 없어요. 허허허."
참 안타깝고 속상하다.
이제는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되는 시대는 아닌데 말이다.
오늘도 등굣길에 그 무리인지 다른 무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무리가 휴대폰에 응시한 채 게임에 열중하며 느릿느릿 걷는 모습을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가 한 마디 해봤자 멍멍 무시하겠지만, 그래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난 또 한 번 그 무리를 향해 한마디 하였다.
최대한 상냥하게.
"등굣길에 휴대폰 하지 않아요~~~~"
내 말이 무시당하니 뒤에서 걸어오던 아들이 더 속상한 모양이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나에게 다가오며 귓속말로 소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