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대화

일상의 소중함

by 밝을 여름


자기 전, 문득 궁금증이 생겨, 난 아이들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


"태어나기 전이 혹시 기억나?"


말 많은 아들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이 아주 흥미롭다는 듯, 신이 나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생각나지~~ 그러니까 내가 기억하기로는 수천 개? 수만 개? 아무튼 엄청나게 많은 문들이 있었는데, 유독 한 문에 눈길이 가더라고~ 그 문을 자세히 보니 별표도 그려져 있었어. 그 문에는 엄마 이름이 적혀있고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내용과 엄마가 살아온 인생이 거기에 엄청 많이 적혀있더라고~"


그럴듯한 아들의 설명에 질문한 내가 더 깊이 빠져들었다.


"엄마는 어떤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어?"


나의 질문에 아들은 다른 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평소 내가 좋아하는 거 ○○○가 적혀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그 문에 남편에 대해서도 적혀있었다고 했다.


"아빠는 엄마에 대한 것보다 좀 더 기억나는데, 그러니까 아빠 이름 옆에 '키가 크고 얼굴이 조금 잘생겼음.'이라고 적혀있고, 또 기억나는 건 '성격은 조금 까다롭고 까칠함.'이라고 적혀있었거든. 그래서 그 내용보고 아빠는 성격이 별로인 것 같아서 좀 안 좋아했는데, 엄마에 대한 글 내용이 너무 좋아서 엄마만 보고 선택했지~"


지어낸 얘기라기에는 아들의 말은 너무나 막힘이 없었고 구체적이었다.


"엄마를 아들이 선택한 거야?"


"그럼! 내가 엄마를 선택한 거야. 엄마가 좋아서. 아까 내가 문에 아빠 성격에 대한 글 보고 아빠를 좀 안 좋아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막상 태어나서 아빠를 보니, 아빠 성격이 너무 좋더라고. 그래서 내가 아빠를 아기 때부터 좋아한 거야."


정말로 아들 말대로 아들은 아기 때부터 남편을 좋아하고 남편만 졸졸 따라다녔기에 아들 말을 듣는데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아들은 아직 할 말이 남았다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문을 나가려고 발을 뻗으니, 앞에 어떤 사람이 기다리고 있더라고. 아마 내 생각엔 엄마가 아니었나 싶어. 아무튼 그 사람이 손을 뻗어 나를 잡아당겨서 내가 문밖으로 나왔고, 그렇게 태어나게 된 것 같아."


아들의 얘기에 깊이 푹 빠져 듣다 보니, 마치 그 장면들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




요즘 '카르마'와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전생에도 관심이 생겼다. 나의 전생은 어땠을까?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하며 자려고 하다가, 문득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 전생까지는 몰라도 어쩌면 뱃속에 있을 때, 혹은 그 이전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해서 질문을 했던 거였다.


아들의 얘기가 전생에 관련된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읽었던 책과 비슷한 느낌이 있는 부분이어서 아들 얘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진지하게 대답해 주는 아들이 정말 고마워서 나는 아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아들 고마워. 아들 얘기 정말 좋았어. 엄마는 태어나기 전 상황이 생각도 안 나지만, 상상하기도 쉽지 않거든. 엄마는 최면 말고는 방법이 없을 텐데... 아들은 아직 어리니까 이렇게 기억하고 있네. 아들도 점점 크면 아마도 잊힐 테니 엄마가 아들이 말한 거 잘 기록해 놓을게."


아들은 나의 말이 칭찬으로 들렸는지, 또는 자신이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았는지, 스스로 아주 뿌듯해하며 만족스러워했다.


요즘 카르마, 전생, 사후생과 관련해 관심이 생기다 보니, 이와 관련된 책들을 아주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내 삶을 돌아보며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일상의 사사로운 문제들에서 벗어나 삶을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이 다라는 생각과 나의 일상에 더없이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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