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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젠 Dec 26. 2022

감정 쓰레기통을 경험한 적 있나요

감정을 다루는 방법




감정 쓰레기통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한다. 이런 감정을 쏟아붓는 곳,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일컫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감정 쓰레기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나의 감정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을 수도 있다.


어느 날인가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거 딱 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어 하나를 시작으로,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다시 그때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애정에 무뎠던 나는 감정 표현에도 서툴렀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내 감정을 그리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었다.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되고 싶었고, 동생 잘 챙기는 누나, 장녀의 역할 등 주어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착한 딸 콤플렉스' 기질이 다분했다.


그리 호불호가 없고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은 성격 덕분에 지금까지 나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살아왔다. 다만, 같은 문제에 부딪쳤을 때 파르르 하며 울분을 토하는 지인의 감정 쓰레기를 나는 프로 리스너(listener) 자세로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이 싫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성격이 내 삶에서 내 스스로의 감정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하는 데 있어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데 익숙하다 보니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더 깊게 들여다보고 한올한올 세세하게 생각하는데 서툴렀다. 부모의 사랑, 주변인들의 관심, 애정에 대해 나 스스로가 매사에 무뎠다. 나 자신이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다 보니 내가 애정을 베풀고 표현하는데 역시 어색해지더라. 이렇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보니 감정에서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감각들, 욕구들이 그다지 성숙하게 발달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의 관계에서 나에게 쏟아지는 애정을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면서 받은 그대로 돌려주는 게 그리 어려웠을까,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 때가 더러 있다. 그때 상대에 감정에 대해 더 귀 기울여 주고 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충실했다면 내 삶에 또 다른 획이 그어지지 않았을까? 지나간 인연이라 다시 얽힐일은 없겠지만 그때 더 표현하지 못했던 내 감정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다


어쩔 때는 내가 너무 매사에 무심해서 ‘내가 감정을 느끼기는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종종 남의 감정을 공감하는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내가 잘못된 생각하는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모든 상황을 함께 같은 감정으로 공감할 수 없다는 건 안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은, 나처럼 무미건조(dry)한 감정을 갖고, 그 정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편하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의 대화는 회피하고 싶다. 당신의 감정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기에 대부분의 주변인들은 나를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문제에 있어 상처받지 않고, 피해 입지 않는 건 아니다. 내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도 되는 건지, 드러내도 되는 건지,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머뭇거리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더 성숙한 감정으로 자존감을 높여 자아를 새롭게 하고, 일상과 세상을 기며 더 풍성한 인생을 꾸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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