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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젠 Dec 28. 2022

또 퇴사했습니다

감정 스트레스 생산소를 떠나다

나의 사회생활 첫 시작은, 대기업 계열사 중견기업 규모의 IT회사였다. 여기서 10년 7개월을 채우고 첫 퇴사를 경험했다. 자의로 퇴사 의사를 밝힌건 맞지만 상황이 그렇게 결정하게 만든터라 완전한 자의적 퇴사는 아니었다. 


떠나면서 아쉽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꽤 안정적인 직장이었기에 아쉬움이 꽤 남는건 어쩔수 없었다. 다만 퇴사 두어달 전부터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퇴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때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학 졸업이후 처음으로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한다. 나 역시 그 대부분의 사람들 중의 하나로 그 여정을 거쳐왔다. 전공을 따라 시작한 사회생활은 아니었지만, 하다보니 그 바닥을 떠날 수 없게 되었고 하다보니 할만해서 10년이나 했다.  


처음으로 무직 상태에 직면하고 나니 내가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걸 깨달았다. 물건을 사본 사람이 쇼핑을 즐길 줄 알고, 놀아본 사람이 놀 줄안다는 말이 있듯, 10년 동안 루틴한 일상을 보내던 나는 한순간에 어마어마하게 주어진 자유시간에 어쩔줄 몰랐다. 


세상에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그렇게 1년 10개월의 공백을 이겨내고 결국은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운좋게 주어진 기회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긴 공백이 무색하게 내 몸과 정신은 무섭게도 사회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시작한 직장생활을 2년만에 끝냈다. 또 퇴사했다. 



그곳에서 보낸 2년은 시간을 보내면 보낼 수록 내 자신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곳이었다. 그냥 나의 경력을 연명해나가는 가느다란 실 한가닥을 쥐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은 떠나는게 맞다.  


팀원은 팀장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팀원이 그걸 다 받아주고 참아내야할 의무도 없다. 요즘 할말은 다 하고 사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상명하복이 뼛속 깊이 스며있는 사회인이라면 마음 먹은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감정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당장 그곳을 떠나야 한다.


최선을 다했다. 생전 처음해보는 업무도 해냈고, 이전에 없던 사례를 새롭게 만들어 레퍼런스로 남겨두고 나온것도 뿌듯하다. 같은 업계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에서 일했던 것, 다양한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던 점, 좋은 동료가 생겼다는 것이 짧다면 짧은 2년, 그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그래도 두번째 퇴사여서 그런지 첫 퇴사때 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하고싶은 일이 좀 더 구체적으로 준비되어 있다는게 안심이 된다. 이렇게 우선은 좀 쉬어야지.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딘가에 있을 나의 새 자리를 찾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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