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계는 언제나 어렵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지난 세월 동안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이뤘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학창 시절에서부터 대학 동기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헤어졌고, 오늘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끊으려고 마음먹지 않은 이상 가느다란 실오라기 한 가닥으로 그들과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다.
삶에 있어 관계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갑자기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을 관계, 잘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가 궁금한데 선뜻 연락하기는 어려운 관계, 존재만 희미하게 남은 관계를 포함해 명확히 단정 지을 수 없는 관계도 존재한다.
나는 인간관계에 욕심이 있는 편이 아니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그리 여러 접점에서 만나기는 어려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과 감정을 교류했다면 나 자신도 좀 더 다채로운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감정을 깊이 소모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깊은 관계로 이어진 건 그리 많지 않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마음을 주지 못했었나 싶기도 하고, 나의 잘못인지 그들의 잘못인지 잘잘못을 따져보고 싶기도 하다. 이제 와서 물어볼 수는 없으니 그냥 가슴 한켠에 아쉬움을 고이 담아둘 따름이다.
학창 시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지 아님 그런 관계를 만드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인지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아직까지 얘기 나올법한 놀림감 거리가 하나 있긴 한데 그다지 깊은 무언가를 남긴 것도 아니고 학창 시절에 가벼운 봄바람처럼 슬쩍 지나가버린 순간으로 기억한다. 서로 부끄럼이 많았던 걸까 아님 그다지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던 걸까.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낯선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쉽게 맺곤 했다. 그 당시 새로운 관계를 쉽게 만드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쓸데없이 용감했고 쿨했다. 깊은 관계를 이어나간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에피소드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가볍게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고 감정까지 교류한 깊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친구라고 하기에는 또 달랐다. 이런 거 보면 나 자신이 그다지 보수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애매하게 이어지던 관계는 ‘사귀자’는 정식 관계 설정으로 인해 언제나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그 당시 나는 시간을 공유하고 만남은 가볍게 하되 관계가 진전되려 하면 지레 겁먹고 도망치기 바빴다. 감정에 받아들이고 표현하는데 참 서툴렀다.
그날도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타이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