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키스신
2016년 9월 11일. 난 그와 헤어지고도 꽤 오래 이 날짜를 기억했다. 그는 우리가 주로 만나던 곳이 아닌 용산역으로 약속 장소를 잡으며, 옷을 가볍게
입고 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떤 일을 꾸미는가 싶어 슬쩍 떠보는 말을 하려다 메시지 상으로도 충분히 들떠 보이는 그에게 괜히 김 새는 행동을 하
는 것 같아 이내 관뒀다. 나는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를 기다렸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가 보였다. 한 손엔 터질 듯한 종이봉투가, 나머지 손
엔 피크닉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묻는 내 말에 그는 우선 늦었으니 뛰자고 말하며 가평행 열차 타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는 숨을 조금 돌린 뒤 “너 윤종신 좋아하잖아.”라고 말했다. 나는 윤종신의 열렬한 팬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윤종신이 쓰는 노랫말의 팬.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슬그머니 스피커 앞으로 가 윤종신 음악을 틀곤 했다. “또 윤종신 노래야?” 그럴 때마다 살짝 질투 어린 표정을 짓던 그가 이번엔 먼저 윤종신 이름 석 자를 꺼냈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라고 적힌 티켓 두 장과 함께. 그는 어리둥절한 나에게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고 두 번째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는 듯 피크닉 바구니를 뒤적거렸다. 손수 만든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그 주인공이었다. 생 파프리카가 그대로 씹히고 토마토는 소스에 버무려져 흐물거리는 아주 오묘한 식감의 샌드위치였지만 한 개를 거뜬히 비워냈다. 한 시간 쯤 지나 도착한 가평 자라섬은 페스티벌 분위기로 가득했고, 사람들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피크닉 매트에 앉아 그의 손을 꼭 잡고 푸드 트럭에서 사 온 치킨과 맥주를 먹었다. 해가 지며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윤종신이 속한 신치림의 무대가 준비되었다. 윤종신은 몇 곡을 연달아 부르다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특별 이벤트 시간이라며 운을 띄웠다. 이내 무대 조명이 꺼졌다. “이 노래만큼은 하늘을 보면서 들어주세요.” 윤종신의 말이 끝나자 반주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나 또한 고개를 젖혔다. 별을 보며 윤종신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문득 내 옆에 있는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입술을 맞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