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요맘때 나는 비상약을 씹으며 버티고 버텼고 하지만 작년처럼 약을 씹어 넘기고 있지는 않다 끊은 지 1년을 채워가는 중인데, 오늘 다시 불안감과 호흡곤란이 잠깐, 아주 잠깐 올라왔다 그때처럼 심하지는 않아도 감각은 작은 자극에도 되살아난다 몸이 기억한다는ㅡ 이야기다.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갈피를 못 잡을 때 외부의 호의에 의존하는 건 못된 버릇이다 나는 자꾸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어 내가 아직 존재해도 괜찮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예전에 힘을 받았던 문장이 울대에 걸린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지보다 누구에게 사랑을 받는지가 중요한데 나는 모든 이가 중요해서 모든 이가 행복했으면 해서 그 모든 사랑을 자꾸 욕심낸다 자꾸 줄 것들, 줄 수 있는 것들이 생각나는데 이건 나를 갉아먹는다.
얼마 전 누군가 나의 뺨을 때렸을 때를 이야기했다 상대방은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을 후려쳐주겠다고 했고, 나는 왼뺨을 맞으면 그에게 칼을 들려주겠다고 했다 끝까지 가봐 얼마든지 해봐 나를 내어주겠다 나는 고장 난 채 태어나서 고장 난 마음으로 살아간다 세상은 이렇게 존재할 수 없고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마음이다.
모두에게서 도망가고 싶고 모두에게 안기고 싶다 한 명 한 명이 나를 꼭 끌어안아주길 바라며 그들에게 얼굴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로지 바라는 건 따뜻함과 부드러움이다 그러나 나를 안아주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얼굴이 필요하다 꽤 구체적인 얼굴이 결국 포옹은 팔이 아닌 얼굴로 하는 거다 마음은 피부를 넘어 눈과 눈 사이로 흐른다.
떠오르는 얼굴 하나, 둘, 셋... 그리고,
날씨 때문인지 더웠다 추웠다 식은땀이 흐른다 날씨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결정한다 나의 매일은 여전히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중이니까 마치 명태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나는 푹 말라간다 식은땀은 말라도 소금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도 불쾌하니까 매일 아침 오늘 땀을 내지 않을 정도로의 옷을 고른다 차라리 추워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겉만 바짝 마르고 속이 축축하면 곰팡이가 피어오르니 자주자주 담배를 태우며 속에 열기를 집어넣는다 나는 조금씩 타들어간다 황태덕장의 덕이 德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실없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