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by 호세

1. 작년 한창 브런치에 내 업무(안전관리) 관련 업세이를 올릴 때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산업재해를 취재하는 기자인데, 산업 재해와 안전관리에 관련 책을 내는 과정에 노동조합이나 회사 홍보팀의 설명은 자주 들었는데 실무에 계신 안전관리 업무를 하는 분들의 목소리는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우연히 내 브런치를 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고, 더 궁금한 사항이 있어서 인터뷰를 해도 되겠냐는 내용이었다.



2. 브런치를 하고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나의 꾸준한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날이 있지 않을까였다.


내가 조금의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우연찮게 나를 찾아 기꺼이 나에게 요청을 해준 기자님께 도움을 주고 싶어 인터뷰를 승낙하고 이메일로 전화 통화로 여러 질문에 대답을 해드렸다. 안전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나보다 더 깊이 이쪽 세계를 이해하고 있고 질문들이 깊이가 있어 놀라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게 벌써 작년 이 맘때쯤이다.


재밌는 건 예상치도 못하게 책을 내가 먼저 출판했다. 쿨럭



3. 드디어 기자님이 책을 출판하셨다는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기분과 거의 비슷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산업재해로 하루 평균 2명의 작업자가 출근 후 그 모습 그대로 퇴근을 하지 못했다. 2021년 평택항에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20대 노동자 이선호 씨 사고부터 구의역 김 군, 태안화력 발전 김용균 등의 산재사고의 죽음의 이유를 하나하나 되짚어본다.



4. 사실 누군가 일터에서 죽고 다친 이야기를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용이 어둡고 슬플 뿐만 아니라 공장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양하고 복잡해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저 신문이나 뉴스에 한 줄 내지 두줄로 나오는 산재사고들이 나 그리고 내 가족이 경험할 수 있는 사고라고 생각하면 그냥 넘기지는 못할 이야기들이다.



5. “사고 나기 전에는 내도 솔직히 산재에 대해서 신경 많이 못썼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이 일하는 데서 죽거나 다쳐서 오면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하고 살겠어요. 뉴스 나오면 남의 일이죠. 그러다가 이게 어느 날 갑자기 내 가족이 피해를 당하면 내 일이 되더라는 거죠. “



“저는 예, 죽겠더라고요. 애 엄마한테 가서 이 믿기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얘기를 해야 될지, 뭘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는 집으로 가서 아내 앞에서 꿇어앉아서 ‘선호 죽었다’고 말했다.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아내가 미치더라고요.”



- 2021년 평택항에서 명을 달리 한 이선호 씨의 아버지의 인터뷰 중



6. 기브 앤 테이크의 저자 애덤 그랜트 교수님은 장학금 모금 업무를 하는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하였다.



A 그룹은 스티브 잡스처럼 일의 시작과 끝,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집단이었다. 그룹 구성원들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만나 5분간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모금한 장학금이 누구에게 가고, 또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도록 했다.



B 그룹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로부터 편지를 받게 했고, C그룹은 아무런 이야기 없이 원래 하던 대로 장학금 모금 업무를 진행했다. 결과는 A그룹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과 단지 5분 만났을 뿐인데 성과가 171% 상승했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산업재해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분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내가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을 더 유의미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7. “가족의 사망을 확인하면 죄책감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화내지 말걸’ ‘아침에 따뜻한 밥 먹여서 보낼 걸’, ‘회사 가기 싫다고 할 때 그만두라고 할 걸’등 온갖 후회가 닥쳐옵니다. 그러나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고인도 여러분이 죄책감을 갖기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용기를 내야 고인도 명예를 지킬 수 있습니다. “


-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을 위한 안내서 <수많은 우리들이 함께 찾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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