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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듯이 쓴다

by 호세

1. 글은 기억과 상상으로 쓴다. 기억은 과거이고 상상은 미래다. 우리 머릿속에 지식이나 경험은 기억의 형태로 있다. 상상은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고 살아보지 않은 미래다. 기억뿐 아니라 상상도 써야 좋은 글이 된다.



2. 너무 유명한 말이지만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했는데, 아니다 상상하는 것이 힘이다. 이제는 누구나 컴퓨터만 켜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에 지식을 굳이 머릿속에 넣을 필요가 없어졌다.


검색창을 두드리면 된다. 그런데 상상은 다르다. 어디 가서 빌려올 수 없다. 아인슈타인도 지식보다는 상상이라고 했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은 무한하다



3. 직장에서는 기억이 권력이다. 윗사람의 기억의 힘이 세다. 아는 것도 많고 경험도 많다. 규정과 관행도 윗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억의 영역이다. 아랫사람은 상상력이 있는 대신 기억은 약하다.


아는 것도 적고 경험도 부족하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아랫사람은 새로운 기획을 하거나 도전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거 한번 해보면 될 것 같은데요?”라고 제안하고 시도하다가 몇 번 쓴맛을 보면 기억에 길든다.


결국 시키는 것이나 하자고 마음먹는다. 상상하지 않는 사람은 시도하거나 도전하지 않는다. 당연히 성공도 없다.



4. 생각도 모방이 가능하다.


첫째, 바꾸기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변형하고 응용하며 재배열한다.


둘째, 섞기다. 이미 있는 A와 B를 결합해 ‘A+B’를 만든다.


셋째, 녹이기다. A와 B를 융합해 ‘AB’를 만든다. 이것저것을 연결해봐야 한다.


넷째, 낳기다. A와 B가 결합해 ‘C’를 잉태하는 경우다. 모방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남을 모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생각해도 괜찮은 내 것이 만들어져, 다음부터는 그것을 베낀다.


그런 것들이 축적되면 나만의 문제가 만들어지고 나다운 글을 쓰게 된다.



5. 어떻게 읽든 독서는 엄청난 유익이 있다. 어떤 책을 읽었다고 아는 체할 수 있고, 한 해 동안 읽은 목록을 들여다보면 뭔가를 이룬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독서는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생각은 글쓰기 밑천이다. 글쓰기는 생각 쓰기다. 좋은 재료가 없으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고, 좋은 자재가 없으면 근사한 집을 지을 수 없다.


멋진 춤을 추려면 흥이 넘쳐야 하듯, 좋은 글을 쓰려면 생각이 흘러넘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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