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by 호세

1. 필리포스 왕과 마케도니아인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코린트에 퍼지자 모든 주민이 허둥지둥하며 이런저런 행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기를 준비하거나, 돌을 굴려서 모으거나, 요새를 수리하거나, 성벽을 보강했다. 너나없이 도시를 지키는 일에 한몫하려고 했다. 아무 할 일이 없고 어떤 요청도 받지 않았던 디오게네스는 주위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알아채자마자 엄청난 에너지를 쓰며 크라니움 언덕으로 통을 밀어 올렸다가 굴려 내리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왜 그러냐고 묻자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 다른 사람들처럼 바빠 보이려고 그러오”


2. “바쁨은 관습적인 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삶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기운 없고 진부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3.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디지털 세계가 아닌 실제 세계, 내가 살고 있는 장소와 지금 이 순간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한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절반은 우리의 관심을 도구화하는 디지털 세계의 관심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다른 무언가에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그 ‘다른 무언가’는 다름 아닌 실제 세계의 시간과 공간이며, 시공간에 다시 연결되는 것은 우리가 그곳에서 서로 관심을 가지고 만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4.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무언가 말할 것을 만들어내기 이전 단계로 기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사치도, 시간 낭비도 아니다. 오히려 의미 있는 생각과 발화의 필수 요소다.


5. 우리의 눈, 우리의 손, 숨결, 이 시간, 이 서평을 쓰고 있는 장소, 이것들은 모두 진짜다. 아바타도 아닌 나 또한 진짜다.

가끔 다치고 하루하루 달라진다.

다른 생명체가 나를 듣고 보고 냄새 맡는 세계에서 다른 존재들을 듣고 보고 냄새 맡는다. 이 사실을 기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 그저 귀 기울일 시간, 가장 깊은 감각으로 현재 우리의 모습과 시간, 장소를 기억할 시간 말이다.


6. “내가 살아갈 시대는 선택할 수 없다 해도,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현재 일어나는 사건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참여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세상을 선택한다는 것은 역사와 시간 속에서 이 세상의 과업과 소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7.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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