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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주언니 Jan 02. 2024

이제 내게 남은 건 행복한 일 뿐

시간은 뒤돌아 보지 않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지!

2022-2023년도는 위니펙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 매우 매우 힘든 시기였다. 그 이유가 가족의 불화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 2년은 타인이 우리 가족의 삶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평소에 사람들한테 의지해서 사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이 정도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이민자가 살아가는 방식은 사람사이에 너무 의지하며 지내지 말아야 하고, 우리 가족 말고는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하며, 평소 잘 지내고 신념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마음을 다 내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깊이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앞으로도 캐나다에 살아가는 모든 시간 동안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언제든 닫아버릴 수 있는 작은 문 하나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겠다고 다짐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고 보니 이민자로 산다는 건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지에 살면서, 같은 한국인끼리 상처 주고 상처받는 삶이라니..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리도 힘들었던 2022년과 2023년이 지나갔다.

그 아픔과 힘듦이 끝날 줄 몰랐기에 2022년이 밝았을 때도 우울했고, 2022년 마지막 밤이 지나고 2023년이 밝았을 때도 나와는 상관없는 한 해 마지막 날, 나와 상관없는 하루의 연장선일 뿐인 그저 그런 새해 첫날이었다. 그렇게 나이를 한 살씩 또 한 살씩 먹어갔다.


많은 것들이 억울했다.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안하무인, 적반하장으로 고개 뻣뻣이 들고 저리도 행복한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뒤쳐지고 버려진 우리들은 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슬프고 우울하게 하루하루 이 작은 도시 위니펙에서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지. 왜 벗어날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지.


반전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났다.

평소와 같은 하루였고, 내 마음도 같았지만 내 시선을 그들에게서 돌렸을 때. 그리고 그들과 정 반대의 길로 발걸음을 돌렸을 때. 내 마음에 점점 기쁨이 다시 찾아들었다.

미운 사람들은 그 자리 그곳에 계속 있었지만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 계속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엄마인 내가 마음앓이가 심하니 그 전염병 같은 것이 남편의 마음도 갉아먹었고, 그 여파가 아이들에게까지 미쳤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도통 이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엄마인 내가 마음 앓이에서 벗어나 웃기 시작하니 그 또 다른 전염병 같은 것이 남편의 마음을 열어주고, 그 여파가 아이들에게까지 미쳐 지금은 어떤 악의 소굴에서 벗어난 느낌적인 느낌도 든다.

그렇게 보낸 2023년 12월 31일 저녁이었다.


2023년 마지막 날 저녁을 먹으며 남편이 말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2024년은 행복할 것 같다고. 하는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다고.

우리 예쁜 아이들,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고, 

내가 했던 모든 염려들이 그게 무엇이든 다 잘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그 말을 들으니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있던 내 마음이 슬슬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불행과 관련된 카드를 다 써버렸지.

이젠 아무리 불행하려 발버둥 쳐도 행복할 일 밖에 안 생기겠네. 아이고 이를 어쩐담.. 흐흐흐




인생을 오래 산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보건대 기쁨과 슬픔은 주로 번갈아 오는 듯하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슬픈 인생만 있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기쁜 인생만 있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너에게 주어진 카드가 몇 장이고 그중에 불행과 관련된 카드가 몇 장이고 그래서 너에게 지금 남아있는 카드가 몇 장이니 그래서 너는 앞으로 이런 인생을 살 것이다." 말해준 게 아닌데도 내가 나에게 이젠 행복카드밖에 남아있지 않다 여기는 것은 아마도 내 마음가짐이 나에게 속삭이는 은밀하고 달콤한, 약간의 속임수가 섞인 속삭임일지 모른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내가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 


2024년도는 무조건 행복해질 거라는 내 마음가짐.

2024년도는 지난 해들과 다르게 기대되고 설레는 이 두근거림.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의미를 담고, 그 의미를 위해 얼마든 노력할 수 있을 것 같은 내 의지.


그것이 올 한 해 1월 1일을 시작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라.. 참으로 오랜만이고 반갑다.

올 한 해 어떤 어려운 일이 한 번씩 몰아쳐 와도 이까짓 거 내가 내가 가진 행복으로 무조건 이겨버리겠다는 그 기대감. 


행복해지자.

행복하게 살자.

누구보다 행복하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일 테니까. 

그리고 이젠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있으니 그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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