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괴짜가 가이드하는 괴짜의 세상

by 찐빵

나더러 괴짜란다.


난 한 번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더불어 그들이 이방인 취급하는 것에 휩쓸릴 정도로 남의 시선에 관심 있는 사람도 아니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남들과 살아가는 방식이 달랐던 게 전부다. 엄밀히는 다르다고 말하는 걸 들은 거다. 재차 말하지만 난 괴짜로 '불리게 된' 것이지, 스스로를 괴짜로 여긴 적은 없다. 그보다는 '반항아'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것에 일단 반기부터 들고 보는 사람.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되짚어보면, 애당초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듯하다.

어이없게도 시작은 '배려'였다. 난 어릴 적 소수(minority)에게 유독 관심이 많았다.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않아 사회적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을 볼 때면 연민의 마음이 샘솟았다. 그럴 때마다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관심을 가져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습관이 되고 체화가 된 것이다.


그게 취향에도 영향을 끼쳤던 걸까. 홍대병이라는 부작용을 지독하게 앓고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때도, 남들 다 하는 주류 챔피언에는 이상하리만치 손이 안 갔다.

다만,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듯이, 대중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마음이 짜게 식었던 건지, 반대로 취향을 찾았더니 매니악스러웠던 건지는 알 수 없다.




반항아의 인생을 살다 보면 뚜렷한 장단점이 생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 남의 시선 때문이 아닌, 오로지 '내가 좋아해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편하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나 밖에 없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쉽게 말해 남들과 기본적인 소통이 꽤 어려워진다. 자신을 드러낼 때마다 상대는 매번 괴상한 세계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복이 없었던 건지, 그저 맞지 않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슬프게도 그 정도로 정성 어린 사람은 내 앞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덕분에 고립감은 한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와도 같았다. 불행히도 미성숙했던 난 그걸 고통으로 치부했고, 생존의 본능은 어떻게든 견디기 위해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사람과 세상을 등지고 몇 년을 보내왔다. 모든 과정은 강제적이었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인생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던 내가 바뀌게 된 것은, (이후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결론만 추리면 교류가 있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삶으로부터 나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게 인간의 존재 의의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협동으로 생태계 최강에 군림한,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니까.

브런치 스토리에 시리즈 게시를 마음먹게 된 것도 이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주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일단은 한 가지 답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내 인생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아 미지스럽고 독특하게 변형된, 나름의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한 이유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장소를 봤을 때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뭐 DMZ까지 갈 것도 없이 신비로운 심해 생물을 보면 자연스레 탄성이 나오듯이 말이다.


최근 무한반복해서 듣는 Champagne Supernova라는 트랙이 있는데, 이는 오아시스의 명곡의 반열에 듦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가사로 악평이 상당한 특이한 곡이다.

헌데 작사자인 노엘 갤러거는 정작 이렇게 말했더랬지. 자기 자신조차도 가사 뜻은 뭣도 모르지만 이 노래는 각자에게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거라고.

결정적으로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이것이다. 내 인생이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럴 계기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으리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 시리즈의 대단원들은 주요 '관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 인생을 몇 개의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겹치지 않고 가장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라고 봐도 좋다. 당장 생각해 둔 것은 6가지이다만 이후 더 추가할 예정이다.


이제 발을 내딛을 시간이다. 반항아가 설계한 반항아의 세상으로, 아무쪼록 좋은 여행 되시길 바라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