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문화

Absolute Culture

by 찐빵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라는 표현은 사람들이 굉장히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이다. 다른 시대의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 특히 학생들을 보다보면 참 무서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가 이것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사람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이고, 미디어에서 인기를 많이 끄는 것은 자극적인 주제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미디어에 상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내용을 많이 접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사람들의 정서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인간 사이의 갈등도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가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인간 혐오적 요소들을 다루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혐오 표현은 나이, 성별, 성격, 정치 성향 등을 가리지 않는다. 연령대에 관한 표현들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어린 사람들은 철없는 행동을 일삼아 한다는 ‘잼민이’ 또는 ‘급식충’, 2/30대는 ‘학식충’, 중/장년층은 ‘386세대’, 노년층은 ‘틀딱’ 등 표현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이를 보다보면 사람들이 자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를 막는 것이 필요함은 도덕 윤리가 배어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다.

- 제작년 작성했던 나의 글 中 발췌


세대 차이. 학교 토론 수업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주제이다. 그만큼 세대 별 갈등은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이다. 심지어 주변에서는 이따금씩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마저 자신을 은연 중에 까내리며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앞서 발췌한 글처럼 제작년 글쓰기 수업에서 세대 별 갈등과 혐오 용어에 대해 심도있게 다뤘었는데, 대한민국의 혐오 표현 사용 범주가 굉장히 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단한 예시로 영어에서의 노인 비하 표현은 'OK booger'라는 말을 제외하고는 딱히 없는 것에 반해 대한민국에서는 '틀딱', '쉰내', '늙다리' 등 그 다양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왜 대한민국에서만 이 현상이 유독 심하게 일어날까. 이는 대한민국의 근 100년 역사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유교 사상과 전통주의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던 조선에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고 불과 50년도 되지 않아 서구적인 문화가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워낙 짧은 시기에 손에 꼽을 정도로 가파른 변화를 겪은 나라이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에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계층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 사이에 갈등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2년 전의 내 글을 다시 꺼낼 정도의 정성을 쏟은 이유는 우연히 봤던 쇼츠 때문이었다. 주제는 '나이든 사람이 사용하는 문체'. '^^'는 눈웃음이 아닌 꼽줄 때 쓰거나 띠꺼운 표현이라고 인식을 하고, 대박이나 헐 같은 단어도 '쉰 내 난다'는 취급을 한다. 나중에 'ㅋㅋㅋ'같은 표현도 그렇게 될 거라고 말하자, 이에 글을 읽던 스트리머가 마지막에 '별 것 가지고 다 그런다'고 한 말이 화룡점정이다.


우리가 어떤 단어와 어떤 문체를 사용하는 것이 왜 죄 지은것처럼 취급받아야 할까. 나아가서, 그들의 문화, 그들의 음악, 그들의 춤, 그들의 음식, 그들의 스포츠를 그들이 즐겼다고 해서 그것이 죄악시되어야 하는가. 필시 그렇게 비난하는 이들의 문화는 퍽이나 시간에 '절대적일' 것이다.


절대적인 문화라는 것이 있긴 할까. 아마 사회적 통념처럼 대다수의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문화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절대적으로' 올바를 수는 없다. 대부분은 '다수는 맞고 소수는 틀리다'는 따위의 논제는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됨을 안다. 내가 옳다고 해서 저들이 틀리지는 않다.

그럼에도 완전한 수긍이 불가능한 것은 '다름'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여성 또한 남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저 그들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각기 다른 성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의 서브컬쳐 문화를 보고 존중할 수는 있으나 이해할 수는 없다는 한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그 친구는 5년이나 많이 나보다 성숙할지도 모르겠다.




세대, 지역, 정책, 취향, 소득 수준, 마인드셋 등 수많은 좌표축이 이루는 세상에서의 좌표를 우리는 '문화'라고 부른다. '올바른' 좌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시간을 앞섰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의 문화가 틀리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다만 그 문화가 연배가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꼰대' 문화처럼, 일반적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다시 말해 '문화가 시간에 절대적이다'는 말은 애초부터 틀렸다. 시간이 '좌표축'인 이상 문화는 결코 시간에 절대적일 수 없다. 우리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문화도 언젠가는 과거의 유물이 된다.

고로 단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 만으로 과거의 문화를 함부로 재단하는 것이 언젠가는 우리도 겪을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남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혐오의 형태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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