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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tta Jan 05. 2019

H-ZeroWorld #M-05

 칸트가 버킷 모자의 남자에게서 앨리스를 떼어내려고 하자, 앨리스는 발을 구르며 발버둥 쳤다.
루터는 기이한 구경을 하듯 둘의 모습을 관찰했다.
루터 - 의뢰인이라....
루터 - VIP
, 자네 어디 다친 거 아냐? 머리나... 뭐 그런....
칸트는 루터의 말을 무시한 채 앨리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 빠방~ -
그때 뒤쪽에 서있던 까만색 차량에서 경적소리가 울렸다.

루터 - 나머지는 가면서 얘기하지.
칸트 - 어디를?
루터 - 여기 일과 관련이 있어. 가보면 알아.

루터 - 그런데..... 
루터는 칸트와 앨리스가 연결된 끈을 바라보며 말했다.
루터 - 그 꼬맹이도 같이.....?


칸트는 루터의 차량 안에서 물을 마시며, 루터의 교신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루터(마이크) - 생존자 없습니다.
루터(마이크) - 예, 변종이 연관된 것 같습니다. 
루터(마이크) - 
마무리하고, 복귀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루터는 수신기를 끄고,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루터 - 이쪽 꼬맹이는 새로운 보조, 마크. 
루터 - 좀비나 세상에 대해서 아는 건 전혀 없지만 운전 솜씨 하나는 낫 베드. 

루터는 마크의 머리를 잡아 흔들자 마크는 짜증 섞인 말투로 반응했다. 
마크 - 운전할 땐 건들지 마요~ 


루터 - 봤지? 저번 주부터 갑자기 사춘기가 시작됐어. 
루터 - 이럴 줄 알았으면 받아주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마크가 인상을 쓰자 루터는 마크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어 주었다. 
마크 - 콜록콜록!


루터 - 저 꼬맹이 마스크에는 디페놀을 쓴 건가?
마크 - 그게 뭐예요? (짜증스러운 목소리)
루터 - 신경 안정제. 심신이 안정되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좀비에게 효과가 있어.
루터 - 너한테도 효과가 있겠지... (씨익)

마크는 대꾸하지 않고, 인상을 쓰며 운전에 몰두했다.

루터 - 그쪽 꼬맹이는 뭐라고 부르지?
칸트 - 앨리스.
루터 - 앨리스.... 전부터 알던 사이야?
칸트 - 내가 지었어.

루터는 담배를 깊이 빨아드리고는 엄청난 양의 담배 연기를 차 안에 내뿜은 후 말했다.
루터 - 후~~ 좀비에게 이름까지 지어줬단 말이지? 천하의 좀비 사냥꾼 칸트가~!
칸트 - 앞으론 인간 사냥을 좀 해보려고, 너같이 말 많은 인간들을 말이야.
루터 - ㅎㅎ 낯설지만 감성적인 모습도 나쁘지 않군.

루터는 뒤를 돌아보며 앨리스에게 말했다.
루터 - 영광으로 생각해, 앨리스. 내 차에 탄 좀비는 네가 처음이니까. 


앨리스는 창밖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모습에 루터도 창밖을 보더니 칸트에게 말했다.

루터 - 찾았어.
루터 - 칸트, 기대해. 보기 드문 구경거리니까.
지평선의 경계에서 시작된 흙먼지가 점점 가까워졌다.

루터 - 너무 붙지 마. 우리도 당할 수 있으니까.
칸트 -.....

좀비들은 거대한 군집을 이루며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루터 - 대략 500 -1000 정도 되려나.
루터 - 사흘 전부터 추적 중이야. 도시가 아닌 이런 황무지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지.
칸트 - 풀을 찾아다니는 들소 떼들 같군.

칸트는 주의 깊게 좀비의 대규모 이동을 바라봤다.

차가 멈추고, 루터와 칸트는 차 밖으로 나왔다.
루터는 망원경을 꺼내 칸트에게 건넸다.
루터 - 옛 친구에게 인사해.
칸트는 망원경을 통해 좀비 떼를 유심히 바라봤다.
커다란 몸집의 붉은 티를 입은 좀비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루터 - 자네가 놓쳤던 녀석이야.  레드티.


칸트 - 저 녀석이 왜 여기에 있지?
루터 - 우리도 이유를 알고 싶군. 왜 사막을 건너 여기까지 나타났는지.
칸트 - 세 손가락단을 몰살시킨 건 저 녀석이겠군. 
루터 - 뭔가 또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아? 난 꽤 흥분된다고.

루터는 칸트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좀비들은 여전히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루터와 칸트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란히 서서 지퍼를 내렸다.

마크는 뒤에서 앨리스의 마스크에 손가락을 찌르며 장난을 쳤다.

루터 - 조심해. 긁히기만 해도 감염이야.
마크 - 윽...(멀리 뒷걸음질)

루터 - 저 녀석 아버지가 헌터 출신의 고위 관료라 현장근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루터 - 그런데 위험하기도 하고, 싸움에는 소질도, 관심도 없으니 내게 부탁하더군. 
루터 - 데리고 다니면서 견문을 넓혀 달라나? 뭐 그냥 커리어가 필요했던 거지. 센터에서는 헌터들을 영웅시하니까.
칸트 - 필립 아저씨는 어쩌고?
루터 - 죽었어.
루터 - 심근경색으로. 
루터는 물고 있던 담배를 뱉어내며 말했다.
루터 - 아쉽게 됐지. 오랜 담배 친구는 떠나가고, 기저귀 찬 꼬맹이 뒤나 봐주고 있으니. 
루터는 씩 웃으며 칸트를 바라봤다.

루터 - VIP, 자네는 이제 은퇴한 건가?
칸트 - ...... 
루터는 진지한 말투로 다시 물었다.
루터 - 샐리..... 때문이지?

칸트는 부르르 떨며 지퍼를 올리고는 루터에게 다가가 그의 목젖을 짓눌렀다.
칸트 - 한 번만 더 그 이름을 입에 올리면 좀비로 만들어 주겠어.
루터 - 켁, 항복! 항복!


루터는 목을 매만지며, 칸트에게 말했다. 
루터 -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칸트 - 센터로 갈 거야.
루터 - 설마 저 꼬맹이도 데려갈 생각인가?

칸트는 말없이 좀비 떼를 바라봤다.
루터 - 센터까지는 먼 길이야. 차 없이 가다가는 총을 맞거나 굶어 죽을 걸.
루터 - 그리고 알고 있지? 살아서 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감염체는 샘플용 뿐이라는 걸.

칸트는 루터를 돌아보며 말했다.
칸트 - 니가 그랬지? 센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세상에 무언가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루터 - 그때 자네는 그런 신기루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지.
칸트 - 정말 쓸만한 게 있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루터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칸트에게 말했다.
루터 - 내가 좋은 제안을 하나 하지.
루터 - 왜 생각을 바꿨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지만.... 뭐 상관없어.  
루터 - 우리 일을 도와주면 센터로 가는 길을 열어주지. 
루터 - 저 꼬맹이도 함께 말이야.


마크는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앨리스의 후드를 잡아당기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칸트와 루터는 나란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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