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글쓰기
청소년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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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0분에 눈을 뜬다.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까지 가는 모습은 몽유병 환자 같다. 시선이 물병에 고정된 채 터벅터벅 걸어가 뚜껑을 연다. 아침이면 청각이 예민해 뚜껑 여는 소리, 물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자세히 들린다. 화장실로 가려는 데, 머리가 띵하고 시야가 검어진다. 어지러워 의자를 잡는다. 힘주려 하지만 잘되지 않고, 팔이 얕게 떨린다. 숨을 거칠게 내쉬고 마시기를 반복하다 헛구역질하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부은 얼굴 둘이 마주 본다. 얼굴에 물을 묻히고 다시 마주 보면 불쌍한 얼굴이 눈물로 범벅되었다.
빨간불에 멈춰 서면 같은 교복 또는 다른 교복을 입은 이들이 보인다. 곁눈질로 교복, 명찰 색 혹은 체육복 줄무늬 색을 보며 나이를 어림한다. 한두 살 차이임에도 학교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해할 수 없으나 목소리 내지 않는다. 파란불이 되어 발걸음을 옮긴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걸음이 어색해지고 다리가 달달 떨린다. 평소에 어떻게 걸었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가운데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천천히 한 발을 딛는다.
교실에 들어가 인사를 나눈다. 아이들이 한 명을 중심으로 둘러있으면 책가방을 두고 조심히 옆에 선다. 모르는 주제에 뒷짐 지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아는 주제가 나오면 잽싸게 대답해 시선을 끈다. 중심에 있던 아이가 웃으며 나를 가까이 끌어당기면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중심에서 한 바퀴 죽 둘러본다. 서서 애꿎은 책상 모서리를 어색하게 매만지는 아이들을 보며, 더 깊은 소속감을 느낀다.
수업이 시작하면 곧장 회의감이 든다. 어떻게 여기서 3년을 버티지? 고등학교에서는 어떡하지? 6년이란 시간이 아득해 암흑으로 빠져든다. 앞으로 6년간 무력하게 의자에 앉아 지내야 함에, 인간관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아이들의 신경전을 버텨야 함에 좌절한다. 선생의 목소리는 의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계속 한 가지 생각만 맴돈다. 학교를 가지 않는 게 좋은 선택일지도 몰라. 학교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시간은 왜 이리 느리게 갈까. 잠깐 멈칫하면서도 빠르게 이동하는 초침을 바라보며 1분이 긴 시간임을 깨닫는다. 감흥 없는 눈으로 어제와 바뀐 선생의 옷을 바라보다 다시 눈을 돌린다. 모두 정면을 보는 가운데 혼자 비스듬히 고개 돌린 채 시계를 바라본다. 그렇게 45분이 지나 종이 울린다. 45분을 허비했다는 생각에 헛웃음만 나온다. 기계적으로 교과서를 넣고 교과서를 꺼내며 두 과목만 남았다며 스스로 위안한다.
점심시간 노래는 늘 선곡이 거기서 거기다. 속으로 방송실을 욕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도 아이들을 따라 함께 노래 부른다. 끝까지 부르고 나서는 급식실로 향하는 아이들을 따라간다. 맛없는 급식을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다. 너희처럼 학교생활 적응을 잘 하면 좋을 텐데-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우리 참 불쌍해, 난 그렇게 느껴.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다 같이 음식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사육장의 점심시간 같았다.
허기는 채워졌으나 힘이 생기지 않는다. 멍한 얼굴로 선생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줄곧 선생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원인 모를 답답함과 화가 생겨 곧 얼굴을 돌렸다- 반 아이들은 밥을 먹고 더 활기차졌다. 선생의 억지스런 농담에도 맞장구쳐주며 하하 호호 떠들어댄다. 선생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궁금하지도 않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학교는 놀이터가 아니라던 사람이 더 애같이 구네. 괜히 교과서 모서리를 꼬집고 종이에 벅벅 선을 긋는다. 답답함이 가시지 않자 공책을 꺼낸다. 진심을 담아 큼직큼직하게 글씨를 쓴다. 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