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문화기행 3기 #4
중국 하면 무엇이 생각나나요? 강의 중에 한 청소년이 불쑥 외치더군요. "양꼬치 앤 칭따오"!! 어이쿠, 생각도 못한 대답에 살짝 당황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었기 때문이지요. 아시다시피 "양꼬치 앤 칭따오"는 TV 예능을 통해 널리 알려진 말입니다. 이 말을 따라 칭다오 맥주 광고까지 만들어졌으니 꽤 영향을 끼친 말임에는 분명합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간결하고 명쾌한 말인데, 뭔가 어색함을 지울 수 없었거든요. 고민 끝에 그 어색함의 정체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양꼬치와 칭다오가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성격이 다른 둘을 붙여놓으니 어색할 수밖에요. 게다가 이 둘이 중국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까닭도 있습니다.
칭다오는 산둥성 동쪽에 위치한 항구도시입니다. 바다에 인접한 까닭에 아름다운 해안을 즐길 수도 있어요. 칭다오를 여행하다 보면 저 멀리서 울리는 뱃고동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20세기 초에는 독일이 이 도시를 점령하고 맥주 공장을 세웠어요. 그래서 칭다오 맥주가 유명한 것이지요.
따져보면 맥주는 중국 술이 아닙니다. 서양인이 들어오면서 함께 수입된 외래문화이지요. 중국 음식과 맥주가 잘 어울리는가 물으면 좀 아리송합니다. 중국에는 뜨겁게 볶은 요리가 많은데, 차가운 맥주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어요. 실제로 중국 사람은 차가운 음료를 잘 먹지 않습니다. 보통 뜨거운 차를 함께 마시지요. 술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높은,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화끈 거리는 술을 즐깁니다.
양꼬치는 또 어떤가요? 양꼬치는 우리가 흔히 아는 중국 음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재료도 조리 방법도 다르지요. 주로 서북쪽 유목민족이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중국에는 수많은 소수민족이 있는데, 초원과 사막 부근에 사는 소수민족이 양고기를 즐겨 먹어요. 양을 많이 기르는 곳도 그곳이예요.
양고기는 내륙 사람이 주로 먹는 음식입니다. 바다 곁 칭다오에서는 좀처럼 양고기를 보기 힘듭니다. 칭다오에도 양꼬치가 있지만, 칭다오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아니예요. 그러니 혹시 칭다오에 간다면 양꼬치 대신 해산물을 즐기기 권합니다. 항구도시라면 바다에서 나는 음식을 먹어야지요. 각가지 해산물이 들어간 해물찜을 추천합니다.
따라서 "양꼬치 앤 칭따오"라는 말은 우리가 얼마나 중국을 모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한쪽에서만 중국을 읽는 것이지요. 중국을 두고 '지대물박地大物博'이라 하기도 합니다. 땅이 큰 만큼 다양한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를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옮기면 땅이 큰 만큼 먹거리도 많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보통 중국요리라고 하면 베이징, 상하이, 광둥, 쓰촨 이 네지 역 요리를 으뜸으로 칩니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으로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합니다. 헌데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에 서북 지역의 음식이 빠진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앞의 네 지역만큼 세련되지는 않지만 서북지역 만의 매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요.
앞서 언급했듯 중국의 서북지역은 마르고 건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농사를 짓는 사람보다는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벼보다는 밀이, 소 돼지보다는 양이 많은 지역입니다. 따라서 양꼬치를 즐기려면 서북지역에서 맛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싱싱한 양꼬치를 숯불에 구워주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어디 가나 양꼬치 말고도 다양한 양고기 요리를 볼 수 있답니다.
시안 후이민지에(회민가回民街)에 가면 양꼬치를 구워 파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잘 보면 이 사람들은 모두 흰 모자를 쓰고 있어요. 바로 무슬림, 이슬람교 신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슬람교 신자라면 지켜야 하는 여러 계율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지요. 대신 양고기를 즐겨 먹습니다. 매일 먹는 양고기니 잘 요리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맛있는 양꼬치를 먹고 싶다면 흰 모자를 쓴 사람을 찾아갑시다.
시안은 양꼬치로도 유명하지만 면 요리로도 유명합니다. 이 역시 지리적인 특성 때문이지요. 벼농사가 잘 안되니 쌀을 먹을 수 없습니다. 밀농사를 지어 면으로 만들어 먹거나, 빵을 만들어 먹습니다. 단, 우리가 생각하는 면이나 빵과는 좀 다릅니다.
우리네 국수는 주로 기계로 뽑은 면을 사용하지요. 가늘고 굵기가 일정합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손으로 면을 뽑습니다. 우리네 말로는 수타면이라고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라미엔拉面, 손으로 뽑아 늘인 면이라 부릅니다. 커다란 밀가루 반죽을 두 손으로 쭉쭉 뽑아내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당연히 우리가 먹는 국수와는 좀 식감이 다릅니다. 조금 굵고 탄력이 있어요. 조금 요령이 생기면 면의 굵기와 형태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가는 면을 먹고 싶다면 '시더细的', 굵은 면을 먹고 싶다면 '추더粗的', 넓은 면을 먹고 싶다면 '콴더宽的'라고 주문하면 됩니다. 넓은 면은 엄지 손가락 넓이보다 더 넓기도 한데, 박스 테이프 정도로 넓은 면도 있습니다. 시안의 명물로 불리는 '천하제일면'이라는 식당은 한 가닥의 넓은 면으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빵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중국 사람들은 '삥饼'이라 부르는데, 부풀지 않는 빵이라 생각하면 쉽습니다. 좀 건조하고 딱딱하지요. 달고 부드러운 빵을 생각하고 먹으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양꼬치, 혹은 면요리와 즐기기에는 제격입니다. 시안에서는 어디서나 '파오모泡馍'라는 요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소고기나 양고기 국물에 이 딱딱한 빵 조각을 넣어 먹는 음식입니다. 명물이니 이 역시 시안을 방문한다면 꼭 맛보아야 하는 음식입니다.
이처럼 시안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중국요리와는 좀 다른 요리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색다른 맛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지요. 한 번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음식을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 중국에서는 식당에서 그림으로 요리 사진을 보여주곤 합니다. 보아하니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거예요. 언제 시간이 되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 주문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후이민지에, 흔히 한국에서 회족거리라 불리는 곳을 찾았어요. 저녁 식사도 맛있었지만 어찌나 우리 눈을 사로잡는 다양한 먹거리가 많았는지. 저녁 식사로 부른 배가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맛난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뱃속에 여유를 만들어 놓는 것도 잊지 맙시다. 이 역시 여행의 중요한 팁 가운데 하나겠네요.
첫째 날 일정은 맛있는 저녁식사와 북적거리는 후이민지에를 탐방하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이튿날 먼 거리를 가야 하니 일찍 숙소로 들어와 쉬어야지요. 시안에 수많은 사람을 찾도록 만드는 장본인! 바로 진시황을 만나러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첫 번째 황제의 위용은 역시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